주식, 채권, 펀드란?
미국노후준비는 펀드투자만으로 충분합니다.
노후자금 준비를 두 단계로 나눈다면, 첫 번째 단계는 절세할 수 있는 계좌에 내 돈을 납입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납입한 돈을 어떤 상품에 투자할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이 상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주식과 채권. 그리고 주식과 채권은 다양한 형태로 매수될 수 있습니다.
주식이란?
주식은 기업 소유권을 나타내는 금융 자산입니다. 애플은 회사 운영 자본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발행합니다. 자사 주식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주주가 되어 회사 운영에 대한 발언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만약 내가 애플주식을 한 개라도 사게 된다면, 나는 애플의 주주가 됩니다. 주식 수가 많아질수록 내가 애플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집니다. 회사의 수익이 증가하고 회사가 더 성장할수록 나도 그 혜택을 봅니다. 주가가 높아지고 배당금이 늘어나는 것이 그 예입니다. 주주들은 자신을 대신해 애플을 이끌 경영자(팀 쿡)를 뽑아서 회사를 운영하게 합니다. 이사회는 경영자가 주주들을 위해 잘 일하고 있는지 감시합니다.
이론적으로 주가의 상한선은 무한대입니다. 회사가 끊임없이 성장한다면, 회사의 주식 가격 또한 끊임없이 올라갑니다. 반대로 회사가 부실하게 경영되고 수익을 내지 못하면 파산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주가는 0이 되고 주주인 나는 회사에 투자한 원금을 모두 잃게 됩니다. 주가의 상한선은 무한대이고 하한선은 0이니 가격이 위아래로 움직일 수 있는 폭이 클 수 있는데, 이 가격이 움직이는 폭을 '변동성'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오늘 A 회사의 주식을 주당 100만 원에 매수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다음날 이 주식의 가격이 125만 원으로 상승했고, 그다음 날에는 다시 80만 원으로 하락한다면, 이 주식은 매우 높은 변동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다소 극단적인 예시일 수 있지만, 모든 주식은 어느 정도의 변동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정도가 크거나 작을 뿐입니다.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회사의 주식 가격은 오르고 내림을 번복하며 우상향 하게 됩니다. 좋은 회사의 주식을 샀다는 전제하에, 단기적인 변동성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안정적인 주식투자를 하기 어렵습니다.
채권이란?
채권은 금융상품의 한 종류로 발행자(기업,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가 일정 기간 동안 투자자에게 약정된 이자를 지급하고, 만기에 원금을 상환하기로 약속하는 증권을 말합니다. 채권을 산다는 것은 내가 내 돈을 남에게 빌려준다는 뜻입니다. 상한선은 만기에 상환되는 원금이고 하한선은 0 (채무불이행)입니다. 상한선이 정해져 있으니 상한선이 무한대인 주식보다 자산가격의 변동성이 낮습니다.
만기가 되기 전에 내가 가지고 있는 채권을 다른 사람에게 팔 수도 있습니다. 이때 가격은 원금보다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습니다.
채권의 만기기간은 몇 개월부터 몇십 년까지 다양합니다. 만기기간에 따라 단기채권 (1년 이하), 중기채권 (1-10년), 장기채권 (10년 이상)으로 나뉩니다. 채권의 만기율이 길어질수록 이자율 변화에 더 민감해집니다.
펀드와 ETF
주식과 채권을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주식의 경우, 개별 주식 (예: 애플, 테슬라, 아마존)을 보유할 수도 있고, 펀드나 ETF형태로 보유할 수도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가 채권에 투자할 때는 보통 펀드나 ETF 형태로 투자합니다.
우리가 흔히 '펀드'라고 부르는 뮤추얼 펀드는 여러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다양한 자산 (예: 주식, 채권)에 투자하는 금융 상품입니다. 주식 펀드라면 모인 자금으로 다양한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고, 채권 펀드라면 모인 자금으로 다양한 발행자의 채권을 사는 것입니다. 여러 회사의 주식, 채권을 사는 이유는 투자한 회사 중 하나가 망해도 그 타격이 크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펀드는 제공 자산회사를 통해서만 매수 및 매도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서 뱅가드 자산회사의 펀드를 사고 싶으면 뱅가드 계좌를 이용해서 뱅가드 펀드를 사야 합니다. 펀드 매수/매도 주문은 시장이 종료된 후에만 청산됩니다. 개별주식처럼 장이 열려있는 동안 사고팔 수 없습니다.
ETF는 '뮤추얼 펀드를 주식화 시켰다'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서 뱅가드 펀드 VTSAX를 ETF화 시킨 상품이 VTI이고, VFIAX를 ETF화 시킨 상품이 VOO입니다. VTI와 VOO는 거래일 내내 개별 주식처럼 주식 거래소에서 거래됩니다. 주식처럼 ETF의 가격은 하루 종일 변동합니다. 또한 주식 같기 때문에 뱅가드 계좌가 없어도 VTI를 매수, 매도할 수 있습니다. 피델리티 계좌에서 얼마든지 VTI를 살 수 있고, 한국에서도 해외주식계좌를 만들어서 VTI를 매수할 수 있습니다.
미국노후준비에는 ETF보다 펀드를 추천하는 이유
미국노후준비에는 ETF보다 펀드를 추천합니다. 펀드 중에서도 패시브 펀드를 추천합니다. 패시브 펀드는 특정 시장지수의 성과를 추적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시장지수의 예로는 미국주식시장지수, 세계주식시장지수, 미국채권시장지수, 세계채권시장지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S&P500 Index Fund는 미국의 가장 큰 회사 500여 개로 구성되어 있는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입니다. 지수를 추적하기 때문에 시장 평균 이상의 수익을 목표로 할 수 없지만, 날다 긴다 하는 대부분의 펀드매니저들도 장기적으로는 시장 평균 수익률을 상회하지 못합니다. 또한 패시브 펀드는 펀드 매니저의 적극적인 관리와 연구가 필요 없기 때문에 수수료와 운용 비용 (Expense Ratio)이 매우 낮습니다.
제가 ETF보다 펀드를 선호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미국기업의 퇴직연금에서 투자 가능한 상품은 펀드입니다. 대표적인 퇴직연금인 401K plan에 가입하고 싶다면, 우선 내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가 선택한 자산운용사에 계좌를 만들고, 그 자산운용사가 제공하는 펀드에 정기적으로 내 소득의 일부를 401K plan에 투자해야 합니다.
2. 자동이체투자 (Automatic Investment)가 가능합니다. 배당금도 자동 재투자됩니다. 자동이체투자는 반복적인 은행 이체를 통해 정기적으로 투자계좌에 돈을 넣는 방식입니다. 별도의 노력 없이 정기적으로 저축하고 투자하는 습관을 만들 수 있습니다. ETF는 펀드처럼 자동이체투자가 가능하지 않습니다. 적립식 투자를 하고 싶다면 내가 정해진 날짜에 직접 ETF를 사야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주식투자는 내 노력이 덜 들어가야 꾸준하게 할 수 있습니다. 변동성 때문입니다. 갑자기 주식시장이 20% 폭락할 때 냉철한 마음으로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자동이체투자를 셋업 해놓고, 신경을 끄고 있어야 주식시장이 오를 때도 내릴 때도 꾸준히 투자할 수 있습니다.
3. 패시브 펀드는 수수료와 운용 비용이 매우 낮습니다. 미국은 지수추종 펀드의 수수료와 지수추종 ETF 수수료의 차이가 미미합니다. 예를 들어서 S&P500 지수추종 펀드인 VFIAX의 수수료는 0.04%이고, 이 펀드를 ETF화 시킨 VOO의 수수료는 0.03%입니다. 0.01%의 차이는 작지만, 다시 2번의 포인트로 돌아가서 펀드는 자동이체투자가 가능합니다. 적은 수수료로 자율주행모드인 상태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은 많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펀드가 많기 때문에 결정장애가 오기 쉽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노후 준비를 위해 필요한 펀드는 단 세 가지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 세 가지 펀드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