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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로소피아 Dec 15. 2024

돈이 많아지는데, 왜 그만큼 더 행복하지 않은 걸까?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

새내기 직장인이 되어 맞이한 첫 월급날. 학생 시절 짬짬이 했던 알바로 받았던 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액수가 통장에 턱 꽂힌 걸 본 순간, 요즘 말하는 '도파민'이 폭발했다.


물론 매달 생활비가 적지 않게 통장에서 빠져나갔지만, 일을 계속할수록 통장 잔액은 차츰차츰 늘어갔다. 요즘 숏폼이 주는 도파민이 너무 강력해서 문제라고들 하는데, 내 돈이 늘어나는 걸 볼 때 분비되는 도파민은 그것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중독적이다. 이 도파민이 행복감과 만족감이라면, 돈과 행복은 관련이 있다.


그러던 중, 어느 순간부터 늘어나는 잔고가 주는 행복감이 예전만큼 강력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물론 과거의 나보다 현재의 내가 더 부유해졌다는 사실에 기뻤지만, 과거에 100달러(한화 14만 원)가 늘어났을 때 느낀 도파민 수치가 100이었다면, 그게 85가 된 기분이었다.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은 거 아닌가? 근데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거지? 혼란스러웠다. 


돈에도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이 존재하는 건가?

문득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이라는 개념이 떠올랐다. 이 법칙은 미시경제학에서 나오는 개념으로서, 간단하게 말하자면 배가 고플 때 먹는 잘 튀겨진 닭다리 하나는 꿀맛이지만, 배가 어느 정도 채워진 후에 먹는 열 번째 닭다리는 맛있긴 맛있지만 처음처럼 맛있지 않다는 거다.  


내 머릿속에서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을 돈과 행복지수에 적용하여 그래프로 그리자면 아래와 같다. 돈이 많아질수록 행복지수는 높아지지만, 초반보다 더 느린 속도로 높아지는 거다. 


점점 더디게 올라가는 행복지수

이 와중에 사람은 강력한 도파민을 얻었던 순간을 기억한다. 별거 없던 통장 잔액이 의미 있게 늘어나기 시작한 때처럼 말이다. 아래 그래프에서 그 순간을 나타낸 점선을 보면 높은 도파민 수치만큼 그 기울기가 매우 가파르다. 


초반에는 짜릿해.

이 가파른 기울기는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리는 초반의 짜릿함을 기억하며, 돈이 많아질수록 아래 그림처럼 A만큼의 행복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 하지만 실제로 느끼는 행복감은 B에 그치게 된다. 돈이 많아질수록 내가 느끼고 싶은 행복감과 실제로 느끼는 행복감의 차이는 점점 더 커진다. 이 차이가 그래프에서 회색으로 칠해진 부분이다.

A와 B사이의 회색 공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까?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말

자라면서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 글쎄, 위에서 말했다시피 나는 어느 정도까지는 돈이 행복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와 동시에 든 생각은, 돈만으로는 B의 행복 수준에서 A까지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위의 회색으로 칠해놓은 공간을 채우는 방법은 각기 다를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돈으로 환산할 없는 삶의 가치들로 그 공간을 채우고 싶다. 가족, 건강, 우정, 사랑,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 같은, 누군가는 진부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들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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