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을 하며 비교에서 벗어나기
재테크의 영역에서 사람들이 일기같이 쓰는 것이 가계부이다. 매일, 매주, 매달 얼마를 썼는지 기록하고 나를 돌아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아쉬운 건 가계부는 "얼마를 덜 쓸 수 있을까?"에 대해서만 알려주고, "지금의 내가 과거보다 얼마나 더 부자가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후자의 질문에 대한 답을 아는 것이 훨씬 더 큰 동기부여가 되는데도 말이다.
내가 얼마나 더 부자가 되었는지 알고 싶다면 가계부가 아니라 나만의 월말 재무제표를 만들어야 한다.
아래는 간단한 예이다.
2024년 12월 말에 작성했다고 가정한 재무제표다. 우선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자산을 나열한다. 예/적금, 증권계좌, 은퇴계좌, 지인에게 빌려준 돈, 나중에 돌려받을 전세금과 보증금, 내가 소유하고 있는 집이 그 예이다. 내가 몇 개의 계좌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면, 대한민국에는 금융결제원에서 운용하는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 사이트를 통해 내 계좌를 한 번에 볼 수 있다 (서비스사이트 링크 클릭).
부부인 경우 두 사람이 갖고 있는 모든 자산을 나열한다. 부부가 같은 은행을 사용할 수도 있으니 각 통장의 계좌번호 마지막 4자리를 적어놓는다. 그리고 모든 자산을 더해서 총자산의 값을 구한다. 엑셀을 사용할 경우 수식을 쓰는 것을 추천한다.
자산 다음은 부채(빚)다. 가지고 있는 모든 부채를 나열한다. 대학 학자금, 신용카드 대금, 전세자금대출, 보증금대출이 그 예다. 모든 부채의 합을 더한 것이 총부채다.
마지막으로 총자산에서 총부채를 차감하여 총순자산을 구한다. '자산'이 아니라 '순자산'이 우리가 생각하는 부의 척도다. 백만 달러의 순자산을 가진 사람을 백만장자라고 부른다. 예시에서는 총순자산이 1,450,000원으로 나온다.
총자산 - 총부채 = 총순자산이기 때문에, 자산이 그대로여도 빚을 계속 갚으면 자연스럽게 나는 점점 부자가 된다.
2025년에도 매달 같은 방법으로 재무제표를 만든다. 데이터가 쌓일수록 나(내 가정)의 순자산 변화를 볼 수 있다.
장담컨대 재무제표를 통해 내 순자산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면, 누가 잔소리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돈에 대한 태도가 바뀌고, 과지출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저절로 생긴다. 또한, 남의 재테크와 나의 재테크를 비교하는 일도 점차 없어지게 된다. 나의 비교 대상은 지난달의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