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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로소피아 Sep 18. 2024

사무직대신 기술직을 선택하는 미국 Z세대

슈퍼 마리오, 알고 보니 고액연봉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임 캐릭터인 슈퍼 마리오의 직업은 배관공이다. 만약 그가 지금 미국에서 일하고 있다면, 아마 사람들이 말하는 소위 '억대 연봉자'일 것이다.  


미국에서 주택에 거주하게 되면 배관공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그들의 노동력이 얼마나 비싼지 알게 된다. 구글에 '변기가 막혀서 배관공을 부르면 얼마가 드나요?'라고 검색하면, 간단한 막힘의 경우 150달러 (20만 원) 이하의 비용을 예상할 수 있지만, 변기의 배관을 분해해야 하는 더 심각한 막힘은 500달러(66만 원)까지 들 수 있다고 나온다. 주말에는 또 주말 프리미엄이 붙는다. 심지어 모든 배관공이 능력자는 아니라, 뽑기를 잘못하면 또 다른 사람을 불러서 다시 돈을 들여 고쳐야 하는 대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 (그래서 반드시 내가 고용하는 사람이 라이센스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래서 미국에 살면 셀프 기술력이 늘어난다.  


인터넷 게시판에서 자기 동네에서 가장 좋은 집에 사는 사람이 배관공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선견지명 있는 슈퍼 마리오의 진로선택 (출처: Andrei Armiagov - stock.adobe.com)

얼마 전 월스트리트 저널에 'Z세대가 어떻게 '공구벨트 세대'가 되고 있는가' (How Gen Z is becoming the Toolbelt Generation)란 기사가 실렸다. 기사에서는 미국 대학의 등록금이 계속 오르는 와중에, AI 기술이 사무직을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더 많은 젊은 근로자들이 직업기술분야로 진출하고 있으며, 수요 부족에 따른 임금 상승이 배관 및 전기 직업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요즘 미국 대학교 등록금은 비싸도 너무 비싸다. 내 다른 브런치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2023-2024년도 미국 사립 4년제 대학교의 평균 1년 등록금, 주거비, 식비 및 기타 필요 비용 총액은 56,190달러(7,400만 원)였다. 4년제 주립 대학에 다니는 주민 학생 (in-state student)들은 평균 24,030달러(3,200만 원)가 필요했다 ('1억 넘는 자녀의 대학 학비 준비를 위한 529 플랜' 링크). 4년을 다니려면 1억 2,800만 원이 필요한 것이다. 부모가 이 학비를 지원해주지 못한다면, 자녀가 학자금을 받아야 한다. 22살이 감당하기엔 큰 빚이다.


공부에 큰 뜻을 두지 않고, 언젠가 자기만의 비즈니스를 하고 싶어 하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것보다 몸으로 직접 문제를 해결하고 무언가를 완성하는 성취감을 원하는 청년들이 배관, 전기, 용접, 목수, 공조시스템(HVAC) 등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 직업 교육 중심의 전문대학(vocational-focused community college)에 등록하는 숫자가 2018년에 데이터를 처음 추적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한다.


내가 부모이고, 내 자녀가 대학에 가지 않고 기술을 배우겠다고 한다면 어떨까? 기사에서는 대학 학위를 가진 미국 Z세대 부모들이 자녀가 기술 자격증을 따겠다고 했을 때, 이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데 솔직히 시간이 좀 걸렸다고 말한다.


 나는 그 마음이 이해가 간다. 아무리 지금 연봉이 높아지고 있다 해도, 미국에서도 블루칼라 직업을 내려다보는 시선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우리 집 페인트 작업을 해주면서 친해진 목수 장인 존도 가끔 자신을 무시하는 듯이 대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해줬다. 참고로, 구글에 집 실내 페인트 비용을 검색하면 요즘 전국 평균 비용이 7,500달러(1,000만 원)에서 10,000달러(1,300만 원)라고 나온다 (링크).


목수일이 워낙 육체적으로 고된 일이라 50대의 존의 몸은 많이 축났다. 백인 아저씨가 허리와 무릎이 쑤신다고 한의원에 침을 맞으러 다닌다. 그렇지만 일이 적성에 맞고 지금도 재미있다며, 완벽주의자의 자세로 일하는 존을 보면서 존경스러움을 느끼고, 세상에는 공부 외에도 개인이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는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을 배운다.


예전에 '월마트에서 꾸준히 일하면 연봉 5억 원을 받을 수 있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이 연봉은 월마트에서 일하는 지점장들의 것인데, 대부분 대학 학위 없이 말단직원부터 시작해서 마트 지점장까지 올라온 사람들이다.  


오늘 우연히 자녀 교육 임상심리 전문가인 조선미 교수의 인터뷰가 담긴 유튜브 영상을 보았다. 그 영상에서 사회자가 롤플레이처럼 다음과 같은 대사를 말했다.


"야, 내가 나 잘 되라고 너 공부하라고 하니?
너 잘 되라고 공부하라고 하는 거야.
너 이 정도도 못 해서 커서 뭐 하려고 그래?"


내가 학생도 아닌데 순간 피로도가 올라오는 이유는 뭘까?


우리는 모든 사람이 김연아나 손흥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명문대에 갈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 세상 모든 사람이 공부에 흥미가 있거나 재능이 있을 수 없는데도 말이다.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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