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연금저축펀드로 2천만 원 증여하기
필자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보통 만 20살, 21살입니다. 인턴십을 하거나 곧 졸업을 앞둔 학생들도 있기에 대학생 때 나의 교수님이 그러하셨듯 필자도 수업 시간을 조금이라도 할애하여 지수투자와 미국의 연금저축펀드 (Roth IRA) 개념에 대해 알려 줍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수업 후에 몇몇 학생들이 남아서 자기는 이미 연금저축펀드가 있다고 알려줍니다. "너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벌써부터 시작했어?"라고 물어보면 "부모님이 어릴 때부터 가르치고 시켰어요."라고 대답합니다. 이렇듯 부모의 금융지식과 돈을 대하는 태도는 자식에게 엄청나게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마중물'의 뜻을 검색하면 '펌프질을 할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하여 위에서 붓는 물'이라고 나옵니다. 더 큰 물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발점인 셈입니다. 주로 자녀를 위한 마중물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교육'이 먼저 떠오르지요. 우리가 교육을 생각하는 건 양질의 교육이 이 자본주의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을 높여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본주의사회에서 진정 강력한 무기는 말 그대로 '자본', 돈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녀에게 이 무기를 효과적으로 쥐어 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것도 어디 학원을 보낼지 고민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문제입니다.
*중요: 세법은 바뀔 수 있으니 매년 잘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돈을 증여받는 사람 (예: 자녀)가 증여세를 내야 합니다. 다만 세법을 따르면 자녀가 미성년일 경우 10년 통산 2,000만 원까지는 비과세로 증여할 수 있습니다. 월로 나눈다면 반내림하여 한 달에 16만 원입니다. 2,000만 원을 어떤 방식으로 증여할지는 부모의 선택입니다. 만약 배당소득세 없이 장기투자로 복리효과를 누리는 것이 목표라면 필자는 연금저축펀드가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금저축펀드는 미성년자도 가입 가능하며, 일 년 최대 1,800만 원 납입할 수 있습니다. 연금저축펀드에는 여러 가지 절세혜택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금저축펀드에서 돈을 인출하기 전까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됩니다. 인출할 때도 소득세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그 외에 나중에 자녀가 성인이 되어서도 받을 수 있는 소득 공제 혜택이 있고 심지어 증여금액을 2,000만 원 한도에서 더 늘릴 수 있는 방법도 있다고 최근 기사에 나와 있습니다 (링크).
8살인 아이에게 매달 16만 원씩 연금저축펀드에 적립을 해주면 연 수익률이 8%라 가정할 때 18살이 되는 해에 약 2,800만 원이 됩니다. 이 돈을 그대로 둔다면 복리효과로 인해 아이가 38살이 되면 1억 3천만 원으로, 아이가 58살이 되면 6억 원으로 자랍니다. 물론 자녀가 미성년자일 때 연금저축펀드의 중요성을 교육시켜서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도 본인이 매달 16만 원씩 꾸준히 납입하면 58세에는 11억 원 (원금 9,600만 원)이 됩니다.
1. 자녀의 연금저축펀드계좌를 연다.
법적으로 연금저축펀드는 국내에 상장되어 있는 미국지수추종 ETF에만 투자할 수 있다. 그러니 이 ETF상품을 가진 회사를 선택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ETF가 수수료가 제일 저렴하다.
2. 월 16만 원, 주식은 미국시장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산다. ETF가 배당금을 자동으로 재투자해주는지 확인한다. 재투자해주지 않는다면 배당금이 나올 때마다 다시 같은 미국시장지수추종 ETF를 산다.
미국지수를 추종하는 ETF 예로는 TIGER S&P500, KODEX미국S&P 500TR, ACE미국S&P500, KBSTAR 미국S&P500이 있다.
수수료가 낮을수록 장기적으로 유리하다. 한국증권상장 ETF는 숨은 보수 (기타 비용)가 있다. 그러니 웹사이트에 공지되어 있는 총보수만 믿지 말고 반드시 웹사이트에 있는 ETF투자설명서를 열어서 "총 보수/비용"이 몇 퍼센트인지 봐야 한다. 웹사이트에 총보수가 0.07%라고 공시되어 있어도 기타 비용까지 합치면 0.1%가 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3. 총적립금이 2,000만 원이 될 때까지 반복한다.
한 달에 16만 원의 여유자금을 위해 내 자녀의 학원 하나를 포기해야 할지 고민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겠지요. 자녀가 학원을 여러 개 다닌다면 그중 중요하지 않은 하나는 포기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300만 원의 월급으로 6억 원을 모으려면 단 한 푼도 안 쓰고 17년을 모아야 합니다. 월 500만 원을 벌어도 10년을 모아야 합니다. 지금은 얼마 안 되는 거 같은 16만 원이 나중에 자녀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