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대학원 생활에서 얻은 교훈
나는 박사 학위가 있다. 그 말인즉슨 나는 과거에 꽤 오랜 시간 동안 대학원생이었다. 나와 내 친구들은 '대학원 생활은 우리의 어깨에 땅바닥까지 닿는 커다랗고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끝이 어디인지 모르는 어두운 터널을 걸어가는 것'이라고 자조적으로 말하고는 하였다. 대학원에 입학할 때만 해도 있었던 20대의 혈기왕성한 체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동이 나버렸고 결국 우리들의 몸에 과부하가 나기 시작했다. 스트레스로 눈앞이 안 보이고, 피부가 뒤집어지고, 머리카락이 얇아지거나 너무 많이 빠지고, 몸무게게 급격한 변화가 생기고, 갑상선 기능에 이상이 오고, 거북목과 목, 허리 디스크가 생기고, 손목이 아프고,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생기고, 역류성 식도염 때문에 밥을 못 먹고, 철분 수치가 임산부의 철분 수치보다도 낮아지고, 간 기능이 떨어지고, 면역시스템에 문제가 생기고, 패닉 어택이 오고, 잠을 쉽게 못 이루고, 사람들을 만나는 걸 생각하면 마음이 힘들어지고... 다양한 증상으로 우리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에 이상이 왔다. 우여곡절 끝에 대학원을 졸업한 우리들은 학생 때보다 건강해졌지만 이를 복구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또 어떤 이들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래도 내가 '복 받았다'라고 생각하는 한 가지는 좋은 지도 교수 아래에서 학문뿐만 아니라 어떠한 인생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지도도 함께 받은 것이다. 대학원생 때 내가 '피곤하다'라는 말을 하면 나의 은사는 이렇게 물었다. '잠은 잘 잤니?', ‘밥은 먹었니?‘, '밖에서 좀 걸었니?', '다른 재미있는 거 할 게 있니?'. 여기에 하나라도 '아니요'란 항목이 있으면 우선 그것부터 하라고 했다. 잠을 못 잤으면 잠을 자고, 끼니를 대충 때웠으면 건강한 밥 한 끼를 제대로 먹고, 많이 못 걸었으면 밖에 나가서 햇빛을 쬐라는 식으로 말이다. 어쩔 때는 회의 자체를 걸으면서 했다. 지금에 와서 이때를 생각해 보면 결국 건강에 이상이 오는 이유는 명확하다: 부족한 수면, 안 좋은 식습관, 운동 부족, 건강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창구의 부재. 단기간은 괜찮지만 장시간동안 이 네 가지 중에 한 가지라도 부족하면 몸에서 나에게 신호를 보낸다.
나는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말에 백 퍼센트 동의한다. 몸이 아프면 실행력이 떨어진다. 실행력이 떨어지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자괴감이 든다. 마음이 조급하면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없다. 그리고 걱정에 잠이 안 온다. 계속 악순환이다. 저번 글에도 남겼지만 투자의 성공률을 높이려면 여유가 있어야 한다 (링크). 건강하지 못한 육체는 내 여유를 앗아간다.
건강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전문가인 의사들에게 물어보면 되지만, 나의 은사님의 가르침과 나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다음과 같은 방법들이 도움이 되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무조건 7시간 이상은 잔다. 가능하면 11시-12시 사이에 잠든다. 머리맡에 휴대폰을 두기보다는 알람시계를 이용한다.
빈속에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아침에 급하면 바나나 한 개를 챙겨가면 된다.
매일 알람을 맞춰놓고 정해진 시간에 종합비타민을 먹는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렌즈보단 안경을 낀다.
컴퓨터작업을 할 때는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낀다.
혼자 사는 경우에는 밥 하는 것이 귀찮다. 인스턴트에 의존하기보단 현미햇반, 삶은 계란, 상추쌈으로라도 채소와 단백질을 보충한다 (에그쿠커 강추).
운동을 하기 어렵다면 계단이라도 오르락내리락한다. 점심시간에 잠깐이라도 바깥공기를 마신다.
일 외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루에 단 3분이라도 한다. 나는 커피를 좋아해서 내가 직접 3분의 시간을 투자해 커피를 내려 마신다.
혼자 일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고독해지기가 쉽다. 집에 계속 있기보다는 가끔씩 밖에 나가서 산책을 한다.
인생이 고달프다 느낄 때는 지인들을 만나고 싶지 않을 수가 있다. 다만 이 마음이 오래되면 고립되기가 쉽다. 이럴 때에는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서 앉아있거나 새로운 것을 해보는 게 도움이 된다. 나는 카페에 가거나 주말에 일일 클래스 같은 걸 듣고는 했다.
술, 담배, 혹은 과도한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속해 있는 조직에서 멘토를 찾아본다. 일적으로 고민이 있을 때 나에게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그리고 먼 훗날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멘토가 되어 줄 수 있도록 노력해 본다.
조직생활을 하다 보면 다른 사람이 나에게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라는 말보다는 참고 조금만 더 노력해 보라는 말을 해준다. 그러니 혹시라도 내가 지금 우울하고 힘들다는 감정이 든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요즘 제시간에 자고 제시간에 일어나는가, 밥은 제대로 챙겨 먹는가, 신체 활동을 하고 있는가, 일만 하고 있지 않는가. 현재 건강한 내가 있어야 행복한 미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