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재테크를 공부하지 않아도 되지만 아예 모를 수도 없는 이유
제가 사는 미국 시골 동네에 REI라고 나름 고퀄리티 스포츠 용품, 캠핑 장비, 여행 장비, 의류를 판매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동네에 있는 REI를 가끔 재미 삼아 가보고는 하는데, 갈 때마다 돈을 쓰고 싶어도 사고 싶은 물건이 없습니다. 이유는 제가 캠핑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야외에서 느끼는 캠핑의 맛이 있다는데, 저는 왜 굳이 따뜻한 집 놔두고 추운 밖에서 불 피우고 텐트 치고 침낭 안에서 자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저 누구는 캠핑을 좋아하고 누구는 캠핑을 좋아하지 않는 것뿐입니다. 이 세상에 그 어떤 것도 모든 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각자의 관심분야가 다르고 기호가 다르기 때문에 세상이 다양하고 재밌는 것입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모든 사람이 재테크에 관심이 있고 좋아할 수는 없습니다. 제 주위에도 숫자만 보면 멀미가 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들에게 퇴근하고 투자공부하라고 하면 하겠습니까. 오히려 싫은걸 억지로 하면 더 정이 떨어지겠지요.
모든 이가 돈과 투자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브런치에 기초 회계와 금융 지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현재 우리가 거주하는 사회가 자본주의 체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사냥을 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능력이 생존의 필수조건이었던 것처럼, 현대 사회에서는 자본을 보유하고 이를 운용할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한 생존 기술입니다. 기본적인 생존 기술을 익히는 건 인생에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투자 공부를 하라는 조언은 선호하지 않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정보 접근성이 높아진 만큼, 공부에 있어서 '열심히'라는 말이 주는 무한한 범위는 필자에게는 부담스럽게 느껴집니다. 너무 '열심히' 투자, 주식 공부하지 마세요. 알고 보면 열심히 하지 않아도 상위 10퍼센트에 들어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 (아마도 유일한 일)이 주식투자입니다. 저 역시 투자에 관한 글을 쓰지만, 한 달에 투자에 할애하는 시간은 10분도 안됩니다. 모든 것을 자동이체화해서 손이 가는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하지 않아도 상위 10퍼센트에 들어갈 수 있는 주식투자방법이 지수투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전 세계시장지수에 투자하는 방법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지수를 추종하면 자연적으로 한국에도 투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국증권사에는 전 세계시장지수에 투자할 수 있는 연금저축펀드상품이 없습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전 세계 1등인 미국지수 (예: S&P500 인덱스)에 투자하는 것을 권유합니다. 당연히 포트폴리오를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위에 말했다시피 모든 사람이 재테크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재테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뭐라도 하려면 최대한 간단하고 손이 덜 가야 합니다. 이 이상 더 하라는 것은 운동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한테 마라톤을 뛰라고 하는 셈입니다. 마라톤을 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만 마라톤을 뛰면 됩니다.
만약 장기적으로 지수가 올라가지 않으면 어떡하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답변도 할 수 있지만, 철학적인 답변을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투자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가 살고 있을 미래의 세상이 현재보다 좋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기대하지 않는다면, 지금 열심히 저금이나 일을 하는 목적이 무엇일까요? 만약 30년 후의 세계지수가 지금보다 낮아진다면 그때는 더 이상 투자에 대해 걱정하고 있을 상황이 아닐 것입니다.
요즘 일인가구가 늘어난다고 합니다. 혼자 일하는 것이 외롭다고 느껴질 때 나의 파트너가 되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내가 투자하고 있는 회사의 직원들입니다. 오히려 점점 혼자 사는 사회가 되기 때문에 나의 수입 일부분을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투자 공부하고 투자하지 마세요. 퇴근 후 얼마 없는 소중한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내며 행복한 추억을 만드는 데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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