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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로소피아 Feb 20. 2024

5,60대 부모가 재정적, 법적으로 준비해야 할 일

선 '정리' 후 '투자'.

요즘같이 쌀쌀한 겨울날에 저의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오랜 시간이 지났음을 실감합니다. 맞벌이 부모님 대신에 어린 저를 돌봐주셨던 할아버지는 말년에 참 오랜 시간 병상에 계셨습니다. 할아버지를 보며 요즘 의사들이 말하는 '생로벼어어어어엉사'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마음으로 배웠습니다. 병마와 싸우는 것도 힘든데, 이 와중에 들어가는 간병인비용과 병원비가 엄청납니다. 하지만 간병인을 안 쓸 수도 없습니다. 아픈 부모님이 있는 자식은 또 그 자식이 돌봐야 할 자녀가 있으니까요. 요즘 '간병파산'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보다 조금 더 어른이 된 요즘, 우리 할아버지는 대단했다고 새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적어도 재정적으로 할아버지는 본인의 노후를 본인이 책임지셨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를 통해 한 인간이 본인의 노후를 재정적으로 책임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 외의 많은 교훈도 얻었습니다.

5,60대 부모라면 노후준비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 시기의 부모가 재정적으로, 법적으로 체크하고 생각해 볼 리스트를 아래에 남겨봅니다.

1. 내 자산과 채무 목록 정리하기

첫 번째로 할 일은 내 자산과 채무 목록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예금통장, 적금, 주식, 채권, 부동산 등등 내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자산을 나열합니다. 의외로 내가 잊고 있는 휴면통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는 금융결제원에서 운용하는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 사이트가 있으니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링크 클릭).


채무 또한 정리해봐야 합니다. 신용카드, 주택담보대출금 등등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채무를 나열해 보는 것입니다. 총자산에서 총부채를 뺀 금액이 나의 순자산입니다.

https://brunch.co.kr/@moneycraft/2

2. 나의 순자산을 은퇴에 필요한 액수와 비교해 보기

내 자산과 채무 목록을 정리하고 순자산을 계산했다면, 이제 이 순자산을 현재 내 나이에 필요한 은퇴자금액수와 비교해봐야 합니다. 미국의 대표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에 따르면 50세에는 내 연봉의 6년 치가, 60세에는 내 연봉의 8년 치가, 67세에는 내 연봉의 10년 치가 순자산으로 있어야 한다고 나옵니다. 연봉이 5,000만 원이라 가정하였을 때 50세에는 3억 원, 60세에는 4억 원, 67세에는 5억 원의 순자산 있어야 합니다.


3. 필요 없는 고정지출 정리하기

아직 은퇴자금이 부족하신가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투자보다 필요 없는 고정지출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생각보다 줄일 수 있는 고정지출이  많을 수 있습니다. 매달 나가는 보험금을 확인해 보세요. 자녀들이 대학을 졸업한 성인이라면 더 이상 부모의 '소멸성' 생명보험은 필요 없습니다.

https://brunch.co.kr/@moneycraft/3

4. 비상금 통장에 충분한 비상금 넣어두기

투자를 생각하기 전에 우선은 비상금 통장에 충분한 비상금을 넣어두어야 합니다. 아직 은퇴하지 않았다면 12개월의 생활비를, 이미 은퇴를 한 경우라면 24개월에서 36개월의 생활비를 가지고 있는 것을 권합니다. 예상치 못한 의료비가 발생할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비상금은 말 그대로 비상시에 사용하는 돈이기 때문에, 저는 금리가 높은 통장에 넣어두는 걸 선호합니다. 대한민국에서는 5,000만 원이 예금자 보호 한도입니다. 은행이 갑자기 망해도 나의 돈을 보호받을 수 있는 돈의 한도란 뜻입니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하나의 은행통장 (예: 은행 A)에 5,000만 원의 잔액이 있다면 다른 은행 (예: 은행 B)에 돈을 예금하기를 권합니다. 다른 지점이 아니라 각각의 은행에 예금자 보호 한도가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5. 은퇴 전에 채무를 최대한 상환하기

이자율이 5퍼센트 이하라면: 매달 최소 납부액만 냅니다.

이자율이 5퍼센트 이상이라면: 최대한 빨리 갚습니다.

https://brunch.co.kr/@moneycraft/16

6. 연금저축펀드에 납입하기

요즘 대한민국 여성의 평균 수명이 90세라고 합니다. 50세라고 해도 아직 40년의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1에서 5번의 리스트를 지나고도 여유자금이 있다면 충분히 연금저축펀드에 돈을 납입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주식은 기업의 소유권을 나타냅니다. 기업에는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 있습니다. 그 직원들이 내가 은퇴한 후에도 나의 파트너가 되어 줄 것입니다. 주식은 미국의 S&P500 ETF에 투자하는 것을 권합니다. 채권은 대한민국 장기국채 ETF를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가능하면 채권보다 주식에 비중을 두시길 권합니다. 시간이 충분한 돈은 그 자리를 오래도록 지킬 것입니다.

https://brunch.co.kr/@moneycraft/41

7. 다운사이징하기

다운사이징은 생활 규모를 줄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운사이징 형태는 다양합니다. 첫 번째는 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하고 줄이는 것입니다. '맥시멀리스트'였던 할아버지가 편찮아지시니 할아버지의 물건을 정리하는 것은 모두 가족의 몫이 되었습니다. 맨 처음엔 정성껏 정리하던 짐들도 양이 많으니 결국 그저 없애야 하는 물건이 돼버렸습니다. 소중하고 가치 있는 물건들만 남겨두세요. 그리고 정리를 함으로써 집도 넓어질 것입니다.


두 번째는 주거 공간을 더 작은 집이나 아파트로 바꾸는 것입니다. 제가 사는 미국시골동네에는 은퇴하고 큰집에서 작은집으로 이사 온 노부부들이 많습니다. 당연히 작은집이 큰집보다 가격이 저렴하니 집을 팔면서 남은 돈을 노후자금으로 씁니다. 자녀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더 이상 꼭 좋은 학군에 살 필요는 없습니다. 자녀들이 이미 결혼을 했다면 더 이상 방이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사는 개인의 선택이나, 우선 집안에 짐을 줄여야 이것이 가능한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https://brunch.co.kr/@moneycraft/5


8. 유언장과 리빙 윌 작성하기

내가 건강할 때 전문 변호사를 만나서 유언장을 작성하십시오. 유언장이라고 하면 흔히 자산분배만 떠올리는데, 내가 거주하는 나라의 법에 따라서 채무도 대물림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대물림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전문 변호사를 만나 미리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리빙 윌 (Living Will)은 본인의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어 본인 스스로의 의사로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 가족들과 의료진이 취해야 할 조치들을 적어 놓은 것을 말합니다. 이 리빙 윌은 내가 건강하고 정신이 맑을 때 작성해 놓아야 법적 효력이 있습니다. 나의 건강상태가 의학적으로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해졌을 때, 인공호흡기나 기타 생명 연장 장치를 사용하시고 싶나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 중요할 결정을 가족이 대신하게 하지 마세요. 저의 경험상, 가족이 환자 본인 대신 결정을 내리게 될 경우 어떤 결정을 해도 가족에겐 후회가 남습니다.


미국에서는 리빙 윌이 보편적이나 대한민국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전문 변호사와 상의해보시기를 바랍니다. 혹여나 리빙 윌이라는 것이 없다 해도 본인의 결정을 가족에게 미리 알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배우자와 휴대폰 비밀번호를 공유해 두십시오. 혹시나 무슨 일이 생겨 휴대폰을 열어봐야 할 경우 비밀번호를 모르면 곤란할 수 있습니다.


격동의 대한민국 시절을 보내고 멋진 삶은 살아온 당신에게 존경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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