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의 법칙, '자산 축적'과 '자산 보존' 단계로 나누기
노후를 위한 연금저축펀드에 돈을 납입할 때 내 돈을 투자할 수 있는 투자처로는 주식과 채권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1) 주식과 채권에 대해 알아보고, (2) 주식과 채권에 어떻게 투자할 수 있는지, 그리고 (3) 내 투자금을 이 두 가지 금융상품에 어떻게 분배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주식은 기업 소유권을 나타내는 금융 자산입니다. 삼성전자가 회사를 운영하기 위한 자본이 필요해서 주식을 발행합니다. 자기 회사의 주식을 사는 사람들은 회사 운영에 대해 발언권을 가질 수 있게 해 줍니다. 내가 삼성전자주식 한주를 사면 나는 삼성전자의 주주가 됩니다. 삼성전자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내가 주주로서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집니다. 회사의 수익이 높아지고 회사가 더 성장할수록 나도 그 혜택을 봅니다. 주가가 높아지고 배당금이 늘어나는 것이 그 예입니다. 나는 본업이 있으니 나를 대신해 삼성전자를 이끌 경영자를 뽑아서 회사를 운영하게 합니다. 이사회는 경영자가 주주들을 위해 잘 일하고 있는지 감시합니다.
삼성전자주식의 가격은 어디까지 오를까요? 이론적으로 주가의 상한선은 무한대입니다. 반대로 회사가 부실하게 경영되고 수익을 내지 못하면 파산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주가는 0이 되고 주주인 나는 회사에 투자한 원금을 모두 잃게 됩니다. 주가의 상한선은 무한대이고 하한선은 0이니 가격이 위아래로 움직일 수 있는 폭이 클 수 있습니다. 이 움직이는 폭을 '변동성'이라고 합니다. 신생회사일수록 이 변동성이 큽니다. 아직 회사가 안정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지난 몇 년간 이자율이 올라감에 따라 채권 시장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채권은 금융상품의 한 종류로 발행자(기업,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가 일정 기간 동안 투자자에게 약정된 이자를 지급하고, 만기에 원금을 상환하기로 약속하는 증권을 말합니다. 채권을 산다는 것은 내가 내 돈을 남에게 빌려준다는 뜻입니다. 상한선은 만기에 상환되는 원금이고 하한선은 0 (채무불이행)입니다. 상한선이 정해져 있으니 상한선이 무한대인 주식보다 자산가격의 변동성이 낮습니다. 만기가 되기 전에 내가 가지고 있는 채권을 다른 사람에게 팔 수도 있습니다. 채권의 만기기간은 몇 개월부터 몇십 년까지 다양합니다. 만기기간에 따라 단기채권 (1년 이하), 중기채권 (1-10년), 장기채권 (10년 이상)으로 나뉩니다.
주식보다 변동성이 낮다고는 하나 채권 또한 안전 자산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첫 번째로 내가 돈을 빌려 준 상대가 만기에 원금을 갚을 거라는 것을 100% 장담할 수 없습니다. 두 번째로 미래의 이자율이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내가 현재 4%의 이자를 주는 채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 채권가격은 현재 100만 원입니다.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5%로 올린다고 발표합니다. 앞으로 발행되는 채권은 5%의 이자를 줍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채권의 이자율보다 1%가 더 높지요. 만약 내가 가지고 있는 4% 채권을 만기일 전에 다른 사람에게 팔려고 한다면 이 채권을 100만 원에 팔 수 있을까요? 정답은 '아니다'입니다.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자가 더 높은 5%의 채권을 100만 원에 살 수 있는데 4%의 채권을 같은 가격에 사고 싶지는 않지요. 따라서 4%의 채권 가격은 100만 원 아래로 내려갑니다. 채권의 만기율이 길어질수록 이자율 변화에 더 민감해집니다. 내일의 이자율이 오늘의 이자율보다 높게 된다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30년 만기 4% 채권이 1년 만기 4% 채권보다 가격이 더 많이 내려갑니다.
요즘 유튜브에서 사람들이 채권을 사야 한다라고 말하는 이유가 저 이자율 때문입니다. 이제 이자율을 올릴 만큼 올렸으니 앞으로 떨어질 일만 남았다는 겁니다. 위에 썼던 예제를 다시 적용해 봅시다.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4%에서 3%로 내리겠다고 발표합니다. 그러면 내가 가지고 있는 4%의 채권이 다른 사람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됩니다. 앞으로 발행되는 채권은 3%의 이자밖에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채권가격이 100만 원보다 더 높아집니다. 그래서 지금 채권을 사서 이자율이 내려갈 때 지금보다 더 비싼 값에 팔아가지고 이득을 취하라는 것입니다. 문제는 중앙은행이 언제 이자율을 낮출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경제지표가 나빠야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이자율을 급격하게 낮추는데, 미국 같은 경우는 요즘 발표되는 경제지표가 나쁘지 않습니다. 경제지표가 나쁘지 않은데 과연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확 낮출까요?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주식은 개별주식 (예: 삼성전자)을 사는 방법이 있고 ETF를 사는 방법이 있습니다. ETF는 주식 하나에 여러 개의 회사가 다양한 테마를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수추종 ETF라는 것은 특정주가짓수 (예: 한국 코스피, 미국 S&P500, 미국 나스닥, 일본 니케이)에 포함되어 있는 모든 회사를 사서 ETF가격이 주가지수와 똑같이 움직이게 하는 것입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버핏은 평범한 개인투자자에게는 ETF, 구체적으로 미국의 S&P500 ETF를 사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합니다. 미국에 상장되어 있는 기업은 수천 개이며 그중의 정예부대인 500여 개의 회사만이 편입되는 것이 S&P500 지수입니다. S&P500 지수에 편입되는 회사는 끊임없이 변합니다. 도태되는 회사는 퇴출당하고 새로운 강자가 지수에 편입됩니다. 미국은 전 세계주식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고, S&P500 회사들은 미국주식시장의 75% 정도를 차지합니다. 따라서 S&P500 ETF를 가지고 있으면 내 돈을 전 세계주식시장의 45%를 차지하고 있는 회사들에게 투자하는 셈이 됩니다. 참고로 GDP 2위 나라인 중국의 주식시장은 전 세계의 2.8%를 차지합니다. 한국이 1.4%입니다. 한국증권회사 또한 S&P500 ETF를 팔기 때문에 한국에 있는 투자자도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채권의 경우 개인이 회사가 발행하는 개별 채권을 사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채권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투자합니다. 국채 (나라가 발행하는 채권)를 사는 방법도 있습니다. 나라가 망하지 않는 이상 만기시 국채의 원금은 무조건 보장되기 때문에 국채는 안전자산이라고 분리됩니다. 다만 위에서 말했듯이 이자율이 오르락내리락 함에 따라서 만기전 국채의 가격도 오르락내리락합니다. 국채 또한 국고채로 구성된 지수를 추종하는 국채 ETF가 있습니다.
아까 위에서 말했듯이 주식은 상한선이 무제한이고 채권은 상한선이 원금입니다. 주식은 변동성이 크며 채권은 변동성이 낮습니다. 이 특징들을 활용해서 자산을 주식과 채권에 분배합니다.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합니다.
120의 법칙은 120에서 현재의 내 나이를 뺀 만큼의 비율을 주식에 분배하고 나머지는 채권에 투자하는 방법입니다. 원리는 젊을수록 상한선이 무제한인 자산에 더 높은 비중으로 투자하고 은퇴에 가까워지는 나이가 될수록 내 자산가격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채권의 비중을 높이는 것입니다.
주식에 배분하는 자산의 % = 120 - 현재 내 나이
20살 청년은 120-20 = 100이기 때문에 100% 주식에 투자하고 채권에는 투자하지 않습니다. 30살 청년은 120-30 = 90이기 때문에 90% 주식에 투자하고 채권에는 10%를 투자합니다. 50대라면 120-50 = 70이기 때문에 70%는 주식에 30%는 채권에 투자합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주식을 팔고 그 판 돈으로 채권을 사서 비중을 맞춰가는 것입니다.
현재 내가 어떤 인생의 시기에 있느냐에 따라 주식과 채권을 분배하는 방법입니다.
'자산 축적' 단계에 있는 사람은 현재 열심히 일을 해서 자산을 형성하려고 합니다. 아직 은퇴하지 않은 모든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이 방법에 따르면 '자산 축적' 단계의 사람들은 주식에 100% 투자를 해야 합니다. 은퇴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고 시간이 있는 돈은 심지가 굳기에, 상한선이 무한대인 주식의 특성을 활용해서 나와 함께 열심히 일하게 하는 것입니다.
'자산 보존' 단계에 있는 사람은 더 이상 노동을 하지 않고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재산으로 생활을 합니다. 은퇴한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현재 내 나이가 40살이라도 이미 조기은퇴를 했다면 나는 '자산 보존' 단계에 있는 사람입니다. 이 시기의 사람들은 주식과 채권의 비율을 75:25에서 60:40 사이로 가져갑니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방법을 선호합니다. 요즘 대한민국 여성의 평균 수명이 90세라고 합니다. 50세라고 해도 아직 40년의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과거 역사를 기반으로 미국주식시장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투자한 뒤 그 돈을 가만히 계좌에 놔둘 때 1년 동안 투자하면 돈을 잃을 확률은 4분의 1보다 높지만 10년 동안 투자하면 이 숫자는 약 25분의 1 (4%)로 감소하고, 20년 후에는 0이 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50세도 아직 시간이 있다고 봅니다.
어떤 방법을 적용할지는 개인의 선택이나, 어떤 방법을 선택하던지, 연금저축펀드 안에서 주식과 채권에 자산을 분배하기를 강력추천합니다. 주식을 사고팔 때마다 세금을 걱정해야 하는데, 연금저축펀드계좌 안에서 매매를 하면 세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배당금과 채권 이자 또한 돈을 인출할 때까지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됩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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