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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로소피아 Nov 04. 2023

미성년 자녀를 위한 재정 구명조끼

부모의 소멸성 생명보험 (feat. 코로나 사태의 교훈)

2020년도 여름의 미국은 매일매일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하는 슬픈 계절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서 단체 메일이 왔다. 내용은 ‘우리 회사 직원 한 명의 딸과 손주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고, 이 가족 구성원중에 살아남은 어린 손녀를 이 직원이 앞으로 돌봐야 하는데, 당장 딸과 손주의 장례식비용과 어린 손녀의 양육비가 부족하니 우리가 기금을 모아 주자’라는 청원이었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 또 다른 직장 동료에게 단체 이메일을 받았다. '내 형제가 코로나로 세상을 떠나서 지금 유산 상속을 해야 하는데, 남겨진 어린 조카들이 최대한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도록 세금 지식을 공유해 줄 수 있나요.‘라는 내용이었다. 코로나로 순식간에 가족을 잃은 슬픔이 얼마나 클지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슬픔을 삭히기도 전에 나의 동료들은 정신줄을 붙잡고 남겨진 어린아이들의 생존을 걱정하고 해결해야만 했다. 부모라는 산소가 없어져서 숨을 쉬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돈'은 생존을 위한 산소 호흡기였다.


코로나가 나에게 준 교훈은 부모가 살아있어야 아이도 살 수 있다는 거였다. 놀랍게도 남성의 경우 한 해 동안 전체사망자 중 34%가 60세 이하라고 한다. 이 나이 때 남성의 아이들은 학교에 다닐 무렵인데 말이다. 나는 아이가 아프면 부모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아이가 나을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한정된 예산으로 생활해야 하는 부부의 경우 아이를 위해 드는 태아/어린이 보험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혹시나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미리 준비해 둔 비상금을 사용하면 된다 ('비상금은 나의 재정구명조끼' 글 참조). 하지만 부모 중 한 명이라도 사망하는 경우 남겨진 배우자와 아이들은 무섭게 쏟아지는 장맛비를 하릴없이 맨 몸으로 맞게 된다. 이 상황을 견디기 위해 필요한 건 돈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미성년자를 둔 부모라면 부모의 이름으로 소멸성 생명보험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외벌이 가정, 한부모 가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최악의 상황에서 이 보험이 남겨진 가족들이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줄 것이다.


소멸성 생명보험이란 무엇인가?

소멸성 생명보험 (Term-Life Insurance)는 생명보험 종류 중에 하나이며 가장 저렴하고 단순하다. 간단하게 일정 기간 내에 피보험자(부모)가 사망하면 보험 수혜자에게 사망 보험금을 지급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소멸한다. 피보험자는 가입 시에 수혜자 (Beneficiary)를 정해놔야 한다.


예를 들어 35세인 남자가 20년 동안 2억 원의 사망 보험금이 지급되는 소멸성 생명보험을 가입했다고 해보자. 남자가 보험 구매 시부터 20년 이내에 사망하면 보험사는 수혜자로 지정된 가족들에게 2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한다. 그리고 20년 후에 생존해 있음 그동안 낸 보험료와 함께 보험이 소멸한다. 다치거나 장애가 생겨도 생존해 있기 때문에 보험금은 지급되지 않는다 (장애가 생길 시 보상받을 수 있는 보험도 따로 있다. 이건 다음기회에). 또한 20년의 기간이 지나기 전에 보험을 취소한다면 지금까지 낸 보험료는 되돌려 받지 못한다. 


낮은 보험료로 상대적으로 높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예를 들어서 건강한 30대 여자가 10년, 1억 원의 소멸성 생명보험을 드는데 필요한 비용은 한 달에 1만 원에서 2만 원 정도다. 남자는 여자보다 좀 더 비싸다. 그리고 기간을 더 길게 하고 사망금 액수를 더 높게 잡으면 비싸진다. 그래도 월 10만 원 이하면 대부분 충분하다 (보험사가 이 가격 이상을 요구한다면 합리적인 의심을 갖고 보험 약관을 꼼꼼히 읽어봐야한다). 


미국에는 직원이 일을 하기 시작하면 직원에게 5천만 원 정도의 소멸성 생명보험을 베네핏으로 지급하는 회사들이 있다. 혹시라도 직원이 사망한다면 이 돈으로 유가족이 장례식을 치르라는 뜻에서 베네핏을 주는 것이다. 


필요한 소멸성 생명보험금과 기간은 얼마일까?

재정전문가들은 현재 연봉의 약 10배 정도를 필요한 생명보험금으로 잡으라고 한다. 만약 연봉이 3,600만 원이라면 필요한 생명보험금은 3억 6000만 원이다.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라면 나는 기간을 막내가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라고 말하고 싶다. 이 이후로는 부모의 나이가 많아지기 때문에 필요한 비용이 높아진다. 부모의 소멸성 생명보험의 가장 큰 목적은 아이가 자립하기 전에 경제적 지원을 대비해 놓는 것이기에 아이가 자립하고 나면 보험의 목적이 사라진다. 아이의 자립 이후에는 저축을 해서 부모의 은퇴비상금을 만드는 편이 더 낫다.


꼭 소멸성 생명보험금 가입해야 할까?

이 질문을 가끔 듣는다. 그럼 나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주택융자금이 완납된 집 한 채와 현금/금융자산 (현금, 적금, 주식, 채권)이 15억 원 이상 있다면 굳이 가입할 필요 없어. 가족들이 빚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이 있고 당분간 그 15억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면 하면 되니까." 대한민국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10억 원 이상 자산가는 42만 명, 전체 인구의 0.82%라고 한다. 이들을 제외한 99.18%의 사람 중 어린 자녀가 있다면 소멸성 생명보험금을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멸성 생명보험 개념 정리

일정 기간 내에 피보험자(부모)가 사망하면 지정된 수혜자 (남겨진 가족)에게 사망 보험금을 지급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소멸한다. 

가장 큰 장점은 낮은 보험료로 받을 수 있는 상대적으로 높은 보험금이다. 

현재 연봉의 약 10배 정도를 필요한 생명보험금으로 잡는다.

보험기간을 막내가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잡는다.

보험 약관을 잘 읽는다.

보험에 가입할 때 수혜자를 반드시 정해 놓는다. 수혜자는 내가 부양하는 가족들이다.

아이는 보험에 들을 필요가 없다. 부모가 들어야 된다.

보험은 은퇴자금마련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보험은 우리를 예상치 못한 불의의 사건에서 보호해 주는 장치 일뿐이다. 


궁금한 점: 직원 베네핏으로 소멸성 생명보험에 가입시켜 주는 한국 회사들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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