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되기 전, 1년이나 방황하는 진짜 이유
뉴턴의 제1 법칙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정지한 물체는 정지한 상태에 머무른다.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움직이는 물체의 속도는 변하지 않는다.
즉, 운동 상태를 유지하려는 물체의 성질을 우리는 관성이라 부른다.
벌거벗은 채 태어나, 매 순간 무수한 어른들의 배려와 사랑으로 자라는 우리. 한때 모든 것을 입으로 가져가고 손으로 움켜쥐며 그렇게 세상에 적응하며 몸을 불렸다. 아무리 몸을 불리려 해도 더 이상 위로는 안 커지고 옆으로만 커지기 시작했을 때, 내가 잘하는 게 뭔진 몰라도 좋아하는 건 확실히 많았다. 좋아하는 일들이 “어서와! 이 쪽이야!” 할 무렵, 현실은 자본주의사상이 온 머리를 지배해서 순수하게 좋아하는 일들을 따라갈 수 없었다. “미안해! 마냥 따라가기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어느 순간 순수하게 좋아하는 일들을 외면하고, 내가 해야 한다고 믿는 일들을 따르기 시작했을 때 내 머릿속에서는 운동의 변화가 일어났다. 운동의 변화는 운동 상태를 유지하려는 물체의 성질인, 관성을 거스르는 것이다. 인생에서 관성을 어기는 쓴맛을 처음 느낀 게 이 때였을까? 아마도 이 때 관성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이번에 방향을 바꿨으니 다음부턴 날 거스르지마!(매우 단호한 표정)” 그러지 않고서야 새로운 일에 도전할 때마다 내 안의 깊숙한 곳에서 방어기제 같은 목소리가 들릴 리가 없으니 말이다. ‘쉽지 않을텐데?’ ‘너가 할 수 있겠어?’ ‘편한 길로 가.’ ‘너 관성한테 죽고 싶어?’
마성의 남자 말고, 관성의 남자
“제가 초아씨에게 문자를 보냈던 건, 그 동안 관성이었던 것 같아요”
최근에서 종영한 JTBC <연애남매> 연애프로그램이 화제다. 마성의 남자, 아니 관성의 남자 용우라는 출연자가 속마음 문자 13번 중 11번을 같은 사람에게 보내놓고 최종선택은 다른 사람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본인 마음도 모르고 무작정 한 명만 찍어 댔지만 결국은 관성을 거스른 남자, 결국 진정한 사랑을 찾아 어려운 길을 선택한 이 용우를 보면 누구라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많은 이들로부터 정직하지 못하다고 비판받고 있는 용우지만, 나에게는 그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우리는 하던 일을 할 때 마음이 편하다고 느낀다. 익숙한 만큼, 시간도 마음도 적게 들여도 동일한 아웃풋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아무도 하라고 시킨 적 없는데 굳이 안 하던 일을 만들어서 할 때, 우리는 몸도 마음도 불편해진다. 우리는 살면서 불편한 길을 가는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인서울 대학교 잘 다니다가 한예종으로 재입학한 동기, 지상파 예능에서 국민MC로 자리매김해놓고 유튜브 시장에 도전한 유재석, 지금 회사의 워라밸을 버리고 ‘네카라쿠배당토’ 중 한 곳으로 이직한 팀원, 그리고 굳이 ‘쓴다에세이클럽’이란 모임에 참여해서 매주 에세이를 작성하고 있는 나.
질문 잘하는 사람이 유리한 세상
나의 20대는 관성처럼 대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서 돈을 벌고, 1,000만 원 넘게 들여서 결혼식장을 예약해왔다. 내가 해왔던 일은 아니지만, 나만큼 소중한 남들이 해오던 일을 익숙하게 봐왔기 때문에 같은 선택을 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 동안 몸과 마음은 편했을지라도 완벽하게 행복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여전히 10년 전 스무살 때와 똑같이 무슨 일을 하고 살아야 할까 고민하고, 밥벌이를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관성에서 벗어나 나의 길을 찾고 싶어 퇴사했지만, 흔하게 말하는 ‘무계획 퇴사’가 되어버렸다.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인간사회에서나 AI에게나 유리하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유익하다. 미래세대를 이끄는 핵심은 질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질문에 익숙해져야 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살기 위해서 질문해야 한다. 내 자신이 불편한 줄 알지만, 나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묻고 싶다. ‘너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어?’ ‘10년 후에도 AI한테 일 안 뺏기고 돈 벌 수 있어?’ ‘올해 안에 유튜브로 대기업 월급만큼 벌 수 있어?’
SNS 상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말한다. “연애남매 용우 같은 사람이 있다니 믿기지 않아.” 하지만 나는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는 지금 관성을 죽일 수 있는, 용우 같은 용기가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