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Un-tact)'
접촉을 뜻하는 contact와 아니한다는 뜻의 un을 붙여 만들어진 단어. untact는 '대면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언택트 비즈니스, 언택트 마케팅, 언택트 서비스 같은 단어가 업계에서 쓰인다. 즉, 직접 대면하지 않은 채 영업하고, 알리고, 제품을 파는 행위인 거다. 기존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던 많은 행위가 온라인으로 그 기반을 바꾸고 있다.
'언택트'가 점점 익숙해집니다.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보죠. 초등학생 때 친구를 만나려면 친구의 집을 찾아가야 합니다. 벨을 누르고, 친구의 엄마를 만나죠. 혹은 다른 누군가를 만납니다. 준비물을 사기 위해서 학교 앞 문방구 사장님을 마주합니다.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 때 슬슬 휴대폰이란 게 등장합니다. 하지만 휴대폰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지금과 비교하면) 제한적입니다. 친구를 만나기 위한 수단으로 쓰였죠. 한 단계 줄었습니다. 굳이 다른 가족을 거치지 않고, 우리는 친구와 소통할 수 있게 되었죠. 그럼에도 나와 친구는 오프라인에서 만납니다. 오락실, 놀이터, 쇼핑몰, 혹은 집에서 만납니다. 대학생 때 스마트폰이 (드디어) 나타납니다. PC의 기능이 스마트폰으로 옮겨갑니다. 다채로운 SNS 서비스가 나옵니다. 유례없이 많은 '친구들'이 SNS에 등장합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나와 친구의 이야기가 SNS에 실립니다. 이제 친구를 직접 만나지 않습니다.
교통의 발전은 사람들이 더 많은 사람을 '직접' 만나게 했습니다. 그러나 소통 수단의 발전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지 않아도 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면은 스트레스였으며, 스트레스를 줄이는 일은 좋은 일이 되었습니다. 전화 소통을 기피하는 '콜 포비아(Call phobia)'란 말도 생겼죠. (물론 대면이 부정적인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경우는 매우 많습니다. 택시 기사님이나 쇼핑몰의 점원이 말을 걸지 않길 원하는 사람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실제 '언택트 비즈니스'는 우리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로봇이 음식을 서빙합니다. 자율주행 로봇은 심지어 배달도 하죠. 중국에선 이미 여러 무인상점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조만간 종종 볼 수 있을 예정입니다. 화장품이나 옷을 파는 가게에서도 점원이 아닌 가상현실의 누군가가 상담을 해줍니다. 은행이나 병원 업무도 '언택트'되고 있습니다.
기회는 '언택트'가 아닌 '콘택트'에서 온다
아이러니하게도 '언택트'는 우리를 편하게 해 주지만, 현실의 기회는 '콘택트', 즉 대면관계에서 비롯됩니다. 대기업이던 중소기업이던 대표와 임원은 끊임없이 중요한 인사 혹은 사업 파트너와 대면해 만납니다. 자동차, 금융상품, 의료품, 솔루션 소프트웨어 등 제품과 서비스를 파는 영업맨들 역시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들을 직접 만납니다. 그들은 대면하여 상대방의 말뿐만 아니라 제스처, 분위기 등을 체험합니다. 단어로 이뤄진 말은 일부이며, 그 외의 여러 사항이 더 직접적인 '무엇'인가를 표현한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대면의 힘은 또 있습니다. 바로 '정'입니다. 사람은 100% 이성적이지 않습니다. 또 효율적이지도 않죠. 우리는 감정의 큰 영향을 받습니다. 기업 내 정치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이자 무수히도 많은 끌어주고 밀어주는 관계가 멸종하지 않는 배경이죠. 사람과 사람은 만남을 통해 상대방을 더 직관적으로 정의합니다. 그리고 직접 대면한 상대방을 더 친근하게 여기죠. 백 번 페이스북 메신저로 대화하는 것보다 한 번의 점심식사가 더 효과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기회가 현장에 있는 건 '신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메일과 메신저, 혹은 소프트웨어를 매개로 한 소통은 누군가에겐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또 '사기'의 가능성을 남겨두기도 합니다.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사기꾼은 활개 칩니다.) 루머로만 듣던 누군가를 실제로 만난 후에야 '그 사람이 다른 사람 말처럼 나쁘지만은 않네'라고 판단한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맞습니다. 대면은 불명확한 정보를 더 확실하게 확인하는 이벤트이기도 합니다.
사람을 만나는 연습
스트레스는 제거해야 마땅할까요? 스트레스는 우리를 방어하기 위한 하나의 신호입니다. 그것을 제거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피하지 않고 다스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사업과 개인의 영역 모두에서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한다고 가정한다면, 우리는 그 일에 익숙해지는 편이 나을 겁니다.
'사람 만나는 연습'은 어떻게 하는 걸까요? 별거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 자신을 노출하고, 들려오는 피드백에 상처 받지 않는 겁니다. 혹은 상처를 더 빨리 회복하는 내성을 기르는 겁니다. 그리고 나의 사회성을 불특정 다수의 상대방에게 맞춰 다듬어 나가는 거죠.
우리의 미래엔 사람 만날 일이 드물지도 모릅니다. 정말 그런 인생을 원하나요?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누군가 직접 만나 밥도 먹고, 놀기도 할 겁니다. '지금부터' 오프라인 활동을 취미로 삼아야 합니다. SNS 친구가 아닌 현실세계의 친구를 사귀는 연습도 해야 하죠. 평생에 친구 둘이면 충분하다는 옛 격언이 언젠가부턴 굉장히 어려운 미션이 될지도 모릅니다.
각종 인터넷 기반의 서비스를 이용하세요. 기술은 서로를 만나지 않도록 거리를 두도록 유도하기도 했지만, 우리에게 더 많은 오프라인 모임을 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기도 했습니다.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함께 밥을 먹으세요, 타인과 함께. 우리의 아픈 곳을 찾아내 해결해주는 수많은 창업자들이 또 다른 오프라인 소셜 디스커버리 채널을 만들어줄 테니까요.
Shall We Eat?
쉘위잇 프로젝트는 직장인의 점심시간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네트워킹 런치 프로젝트라고 보시면 됩니다. 강남, 여의도, 을지로, 판교 등을 중심으로 비슷한 관심사를 지닌 직장인끼리의 점심을 매칭하는 프로젝트죠. (베타 테스트 중입니다) 아래 링크로 신청하시면 됩니다. 쉘위잇이 고른 맛집에서 새로운 사람과의 특별한 만남을 선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