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사람이 많아
주변에 사람이 많아 수시로 약속을 하고 만나며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왠지 부럽다. 그는 마치 관계의 달인처럼 보인다. 어떻게 저렇게 많은 사람을 알고 지낼까? 궁금하다. 반면에 단 한 명을 만나도 관계를 열고 지속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다. 자신이 가진 성향 때문에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다. 잘 못도 아니고 능력의 문제도 아닌데 위축될 수 있다.
사실 모르는 사람과 새로운 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특정한 목적의 모임에 의도적으로 가입하지 않는 한, 다가서는 것도 다가오는 것도 서로 마음을 열면서 관계를 만들기가 너무 어렵다. 사회 경험에서 생긴 사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많아진 것도 이유일 수 있다. 누구나 느끼겠지만 지금은 사람과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
하루는 친한 후배가 SNS에 이름만 대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연예인과 찍은 사진을 올렸다. 그것도 실시간으로. ‘어! 뭐지? 얘가 이 사람과 인연이 있었나?’ 나중에 들은 얘기는 자기가 SNS에서 우연히 서로 팔로우를 하던 차에 우연히 새 글이 올라오길래 답글을 달았더니 실제로 한 번 만나고 싶다고 전화가 왔다고 했다. 그날 바로 번개로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었다고 한다. 자신도 생각지도 못한 관계가 생긴 것이다.
지금은 그렇게 관계의 형식이 바뀌고 과정이 변화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이야기에 더 신뢰하고 반드시 만나야 해결할 수 있는 일보다 만나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점점 더 많아지니 우리가 알고 있던 관계라는 것을 새롭게 시작하는 게 더 어렵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내고 있다. 소통의 방식이 달라졌고 관계를 위한 검증의 방식이 바뀌었다. 사람을 검증하려면 그 사람의 SNS를 먼저 살펴보면 된다. 그것을 바탕으로 관계를 시작한다. 물론 왜곡된 정보일 수도 있다. 의심스러우면 믿지 않으면 된다. 만나서 속이나 SNS로 속이나 속일 사람은 속인다.
새로운 관계의 끈을 연결하기 위해서 만나야 하고, 다가서고, 다른 이가 나에게 다가오게 해야 하는 그런 방법이 아니다. 예전처럼 반드시 만나야 하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요즘의 세상은 대면해야 하는 소통의 장을 외면하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열댓 번은 만나야 할 일도 지금은 한 번이면 족하다. 나머지는 SNS로 소통하면 된다. 전혀 다른 공간에 살고 서로 연관 없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서로 소통할 수도 있고 일을 진행할 수도 있다.
예전의 방식으로 관계를 갖던 관계의 달인도 그렇지 못했던 사람도 지금은 같은 출발점에 서있다. 이제부터는 새롭게 만들어지는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기 나름이다. 어떤 이는 차라리 아날로그 시대를 그리워하며 그때가 더 인간미 있었고 사람 냄새가 났었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이 시대의 문명의 이기가 새로운 관계와 우연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받아들이자. 관계의 방식도 소통의 과정도 달라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