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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eer Apr 15. 2020

스스로 행복을 만드는 방법

본격 인간극장 주인공 칭찬하기 

  느닷없이 인생의 선생님을 마주치게 될 줄이야. 그 날은 정말 심심했던 날이었다. 나는 티비 앞에 앉아 리모컨으로 채널을 하염없이 돌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인간극장 재방송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를 만나게 되었다. 그녀의 환한 미소가 채널을 멈추게 했다. 

  

  그녀는 인도네시아에서 온 마리라고 했다. 마리는 한국으로 시집오면서 함평에 살게 되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청각장애를 가진 남편과 시어머니,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녀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 그녀가 가진 조건만 들었을 때는 그녀의 삶은 안타까울 수도 있겠다. 자신이 함께 살던 가족이 사는 곳과 아주 멀리 떨어진 시골 마을에, 아는 사람 한 명 없이, 남편만 보고 결혼했지만 남편의 장애로 남편과의 소통이 원활하진 않은 그녀의 상황. 하지만 그녀의 표정을 보면 절대 그렇게 말하지 못할 것 같다. 방송 속 그녀는 그 누구보다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절망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 속에서 그녀는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궁금했다. 무엇이 그녀를 저렇게 만들었을까. 그녀보다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는 이들 중에는 매사에 불평불만을 터뜨리는 사람도 많은데 어째서 그녀의 표정은 그들보다 더 밝을까. 그 비결이 궁금해 연속방송으로 그녀의 인생을 지켜보았다. 나도 단순히 주어진 행복만을 즐기는 사람을 넘어 그녀처럼 스스로 행복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방송을 찍는 내내 시종일관 웃었다. 집안일을 할 때도, 농사를 지을 때도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칠 때에도 웃었다. 그것도 엄청 크게. 그런 웃음이 사방으로 전파되었다. 시어머니도 그녀를 보며 복덩이가 들어왔다며 웃었고 무뚝뚝한 남편도 무지막지한 그녀의 애교엔 끝내 버티지 못하고 웃음 지었다. 아이들도 덩달아 웃었다. 


  그녀는 작은 일에도 웃었다. 그녀는 남편과 긴 이야기를 할 수 없어 수화를 배우고 싶어 했다. 그동안 그녀는 힘든 일이 있을 때 남편과 그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도 그러지 못해서 속상했다고 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한 기관의 선생님이 그녀에게 수화 책을 한 권 건넸다. 책을 건네받은 그녀는 너무 감사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연신 웃으며 인사해댔다. 그 순간 나도 저 책 하나에 저렇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금은보화도 아니고 수화 과외를 해준 것도 아니었다. 누군가가 수없이 보던 것처럼 생긴 낡은 수화 책 한 권이었다. 그 책 한 권에 그녀는 남편과 소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행복해했다. 그 책은 그녀에게 단순한 책이 아니라 남편과의 소통창구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책을 가지고 온 그날 이후로 열심히 공부했다. 본인도 열심히 공부했지만 아이들에게도 아빠와 이야기할 수 있게 수화를 가르쳤다. 그러자 아이들은 흥미로워하면서 수화를 공부했고 단어 한 두 개로 아빠랑 대화를 시작했다. 그녀의 노력으로, 오랜 시간 동안 가족 사이에서도 외롭게 홀로 서있던 남편 옆에 가족이 나란히 설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드라마 속 캔디형 주인공이 식상하다고 생각해온 사람이다. 외롭고 슬프면 울고 힘들다고 외쳐야지, 외롭고 슬퍼도 울지 않다는 그 말이 비현실적이고 답답하다고 생각했다. 드라마 속 예쁜 그녀들은 아무리 혹독한 상황에서도 씩씩하게 버텨냈다. 그러다가 잘생긴 재벌 2세를 만나 티격태격하다가 결혼하곤 했다. 현실에는 전혀 볼 수없는데 드라마에서만 흔하디 흔한 스토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리, 그녀는 진정 현실 캔디였다. 그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시골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단 한 사람인 남편과도 소통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웃었다. 

 

   브라운관을 통해 살아있는 캔디를 만난 나는 조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캔디는 자기만 울지 않은 게 아니구나. 주변을 울지 않게 만들었구나. 외롭고 슬퍼도 웃는 캔디 마리는 호탕한 웃음으로 주변 사람을 웃게 만들고 자신의 환경을 행복하게 바꾸어 나갔다. 웃는 그녀를 보며 가족들은 웃었고 마을 사람들도 웃었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녀에게 사랑은 다시 되돌아왔다. 그 모든 행복을 만들어 낸 사람은 바로 캔디 그녀였다. 


  나는 굉장히 짧은 시간 그녀를 보았을 뿐이다. 아마 그녀의 삶 중 아주 단편적인 부분만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그녀가 삶을 대하는 자세를 목격했다. 자기에게 주어진 현실에 당당히 맞서면서도 그 현실을 자신에게 맞게 변화시켜나가는 그런 모습이 멋있었다. 방법은 단순했다. 웃자.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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