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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B Oct 18. 2021

명리학을 공부하는 방법

한자부터 외우고 시작합시다.

  명리학을 배우기로 마음먹었던 그때를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계획된 것만 같다. 하나의 결심이 서기까지는 그 이전 시간의 경험들과 그 순간의 환경들이 모두 맞물려 있는 듯하다. '운명'이란 단어는 이럴때 쓰는 것일까?


  아들의 뇌전증은 거침없던 내 인생에 처음으로 던져진 시련이었다. 아이의 아픔은 오롯이 내 아픔이 되었다. 뇌전증 아이를 둔 부모님들이 모여 만든 인터넷 카페에서 하루 종일 정보를 검색하곤 했다. 아이러니한 이야기지만 '내 아이만, 나만 아픈 것은 아니다'라는 이해는 내게 큰 안도를 선사하였다. 카페 글들을 읽고 글을 쓰고 하면서 서로에게 공감하고 공감받았다. 참, 많이도 울었다. 아파서 울었고, 감사해서 울었다.


  깊은 아픔에 대한 경험은 내가 지녔던 세상에 대한 시선의 틀을 깨어부셔버렸고, 한발자국 뒤에서 나 자신을 바라보게 하였다. 살아가는 일에 대한 무게와 부모 자식 간에 맺어진 인연에 관하여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많은 동료 선생님들이 명리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중 한 선생님께서 내게 명리 공부를 권해 주셨다.


  아픔의 시간이 없었다면 나는 이 공부에 마음을 열 수 있었을까? 공부를 권해 준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 공부에 대해 알기나 했을까? 모든 시간과 공간이 인연인 것이다. 그렇게 나는 이 공부와 인연하게 되었다.


  처음 공부를 시작하려니 막막하였다. 체계적으로 이것을 배워나갈 길이 없었던 것이다. 닥치는 대로 책을 사모았고, 이 책을 탐독하다 저 책을 탐독하다를 반복하였다. 그러다 보니 글자들이 하나 둘 이해되기 시작했고, 도무지 알 수 없던 단어들이 익숙해져 갔다. 지나고 보니 그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아직 더 해야 할 공부가 주구장창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루한장, 명리>라는 강의를 용기 내어 시작하게 된 계기도 여기에 있다. 명리 공부는 처음이 어렵다.




익혀야 할 27개의 한자


  명리학을 공부하는 방법? 특별한 방법이 있기는 할까? 일단, 사용하는 한자부터 익히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의외로 한자가 어려워서 명리 공부를 시작할 수 없다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명리 공부에 필요한 한자는 27개가 전부이다. 심지어 27개의 한자에는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가 포함되어 있다. 이 다섯 개의 한자를 알고 있다면 공부해야 할 한자는 22개인 것이다.


천간 10개 글자
지지 12개 글자


  22개의 한자는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 '자축인묘진사오미'이다. 어디서 한 번쯤 들어봤을 수 있다. 중학교 한자 시간에 아마 배웠던 분들이 많을 것이다. 큰 아이가 중2일 때 시험공부로 이 한자들을 외우고 있던 것을 보았다. 스마트폰의 한글 자판이 어렵다고 익숙해지기를 포기한다면, 친구들과 주고받는 카톡 대화의 꿀잼(?)을 경험하지 못할 것이다. 중2도 외울 수 있는 22개의 한자인데 그게 어렵다고 명리 공부를 포기한다는 것은 꿀잼 명리를 경험하지 못한다는 것이니,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천간과 지지의 조합 60 갑자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는 천간(天干)의 10개 글자로 하늘의 기운을 상징한다.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는 12개의 지지(地支)로 땅의 형질을 상징한다. 천간 글자 하나와 지지 글자 하나가 합쳐져서 이루어진 조합을 간지(干支)라 부른다. 예를 들어 1919년은 기미(己未)년인데, 천간 글자 중 기(己)와 지지 글자 중 미(未)가 기미(己未)라는 간지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순서대로 그 조합을 만들어 가보자. 갑자(甲子), 을축(乙丑), 병인(丙寅), 정묘(丁卯), 무진(戊辰), 기사(己巳), 경오(庚午), 신미(辛未), 임신(壬申), 계유(癸酉)까지 천간 10개 글자와 지지 10개 글자로 된 조합을 만들고 나면 지지의 술(戌)과 해(亥)가 남는다. 그러면 천간 글자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갑술(甲戌), 을해(乙亥)가 되고 지지 글자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병자(丙子), 정축(丁丑)이 된다. 이러한 순서로 계속해서 간지가 만들어지며 계해(癸亥)라는 간지에서 조합은 끝이 나게된다. 10개 글자와 12개 글자의 조합을 만들어 내야 하니, 최소공배수를 구해보면 60이 된다. 따라서 60개의 간지가 만들어지는데, 이를 60갑자라 부른다.


  영어를 배울 때 알파벳부터 공부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음양과 오행의 심오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한자부터 익숙해지는 것이 순서인 것 같다. 삼일 정도 27개의 한자를 반복해서 적다 보면, 한자들이 익숙해질 것이다. 이때, 위의 표에서 제시한 것처럼 천간의 갑(甲)과 을(乙)은 목(木)의 기운, 병(丙)과 정(丁)은 화(火)의 기운, 무(戊)와 기(己)는 토(土)의 기운, 경(庚)과 신(辛)은 금(金)의 기운, 임(壬)과 계(癸)는 수(水)의 기운임을 함께 공부하는 것이 좋겠다. 지지 역시 마찬가지로 인묘진(寅卯辰)은 목(木)의 기운, 사오미(巳午未)는 화(火)의 기운, 신유술(申酉戌)은 금(金)의 기운, 해자축(亥子丑)은 수(水)의 기운임을 함께 익히면 좋다. 다만, 진술축미(辰戌丑未)는 토(土)로 해석한다는 것도 기억해두자.




  한자를 익혔다면, 만세력을 통해 자신의 생년월일을 사주팔자로 변환하여 열어봐야 한다. 모바일 앱 검색에서 '만세력'을 검색하면 다양한 만세력이 나온다. 천을귀인, 하늘도마뱀, 원광디지털대학만세력 등이 대표적이다.

 취향에 맞는 만세력 앱을 다운로드하여 자신의 생년월일시를 정확하게 입력하면, 서기로 입력된 태어난 순간의 시점이 옛날 달력 간지 체계로 바뀌어져 나온다. 네 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진 사주(四柱)는 여덟 개의 글자인 팔자(八子)로 구성되어 있다.


  사주는 왼쪽에서부터 연월일시의 순서로 읽어나가면 된다. 년을 구성하는 천간은 년간, 지지는 년지가 되며 그 기둥은 년주라 부른다. 월을 구성하는 천간은 월간, 지지는 월지가 되며 그 기둥은 월주라 부른다. 일을 구성하는 천간은 일간, 지지는 일지가 되며 그 기둥은 일주라 부른다. 시를 구성하는 천간은 시간, 지지는 시지가 되며 그 기둥을 시주라 부른다.


  여기서 가장 유심히 보는 것이 '일간'이며 일간은 사주 명식의 주인인 '나'를 의미한다. 일간을 중심으로 다른 글자들을 해석하고 그 관계들을 풀어나가는 것이 사주 해석의 핵심이다. '월지' 역시 중요하게 보는데 월지는 내가 처한 환경을 이야기한다. 결국 나라는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는가에 따라 그 성향이 크게 결정된다.



 

  만세력을 이용하여 자신의 명식을 펼쳐볼 수 있으며, 사주팔자의 체계를 이해했다면 음양오행의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다음은 천간 글자들이 서로 상생하고 상극하는 것에 대해 공부해야 하며, 지지 글자들이 형, 충, 회, 합, 파, 해 등 어떤 식으로 관계하는가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지지 안에 숨어있는 천간인 지장간을 이해해야 하고, 지지의 삼합과 방합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궁에 대해 공부해야 하며, 글자들의 에너지 강약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각각의 글자가 어떤 의미인지 알아야 하고, 그것이 어떤 관계로 작용하는지 공부해야 한다. 아이고, 숨이 찬다. 그래도 공부는 끝이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격국과 용신, 12운성, 12신살 등 다양한 이론들이 있으나 결국 음양오행이 핵심이다. 이 공부가 참 재미난 것이 핵심만 공부하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공부가 병행되어야 그 핵심 속으로 한 발 두 발 접근하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는 것이다. 아직 핵심을 향해 더듬어 나가는 단계밖에 되지 않은 공부이지만, 여기까지 공부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명리학을 공부하는 방법이라. 명리학을 공부하는데 특별한 방법이 있을 수 있을까? 결국, 명리 공부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고 삶에 대한 이해와 고민이 동반되어야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못난 나를 인정한다는 것이, 그런 나를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니 말이다. 그냥 그런 너를 인정한다는 것이, 그런 너를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는 것이 선뜻 시작되는 일은 아니니 말이다. 이해와 감사로 가득한 '그냥 그러려니'를 내면화한다는 것은 결코 짧은 시간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아침이 밝아 오고 다시 밤이 찾아오는 것과 같은 나의 시간을 '그냥 그러려니'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그 담백한 감사는 명리 공부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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