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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B Oct 16. 2021

촌스럽게 들려도, 음양오행

음양오행과 사주팔자

  명리를 이해하는 가장 중심에는 음양과 오행이 있다. 음양(陰陽)은 상반하는 성질의 두 가지 기운을 의미한다. 보통 여자, 밤, 달, 아래, 겨울을 음(陰)으로 보며, 각각에 상응하는 반대 개념인 남자, 낮, 태양, 위, 여름을 양(陽)으로 본다. 그런데 우리는 진짜 낮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 정오(正午)를 기점으로 태양의 고도는 높아졌다 낮아진다. 태양이 점점 내 머리 위로 남중할수록 양(陽)의 크기는 커지고 상대적으로 음(陰)의 크기는 줄어든다. 태양이 내머리 위에서 서쪽으로 서서히 기울어 갈수록 양(陽)의 크기는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음(陰)의 크기가 늘어난다.


  매 순간이 그렇다. 동전의 뒷면 없이 앞면이 존재하지 못하는 것처럼 음과 양은 언제나 함께 존재한다. 음이 커지면 양이 작아지고 양이 커지면 음이 작아지는 것을 항상 반복하게 되는데, 이런 반복을 주도하는 다섯가지 에너지의 움직임을 우리는 오행(五行)이라 일컫는다.


  상반하는 성질의 두 가지 기운을 조화롭게 순환하게 만드는 데는 다섯 가지 형태의 에너지가 역할을 한다. 분출하는 에너지, 확산하는 에너지, 전환하는 에너지, 수렴하는 에너지, 응축하는 에너지가 그것이다. 아침이 되면 태양이 솟아 오른다. 이때 어둠에서 빛이 분출해 나온다. 정오에 가까워지면 온 세상은 빛으로 가득하다. 빛이 확산되어 있다. 태양이 정확히 내 머리 위에 놓여진 때를 기점으로 양(陽)이 증가하던 세상에서 음(陰)이 증가하는 세상으로 전환하게 된다. 저녁무렵이 되면 서서히 빛은 수렴해 가고, 밤이되면 어둠으로 세상은 응축된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아침이 되면 다시 분출의 에너지가 작용할 것이다.


  옛 사람들은 분출하는 에너지를 목(木)으로 표현했다. 중력을 거슬러 자라는 나무를 분출의 상징으로 본 것이다. 확산하는 에너지는 화(火)로 표현한다. 화(火)의 확산을 막고 에너지의 방향을 전환하게 하는 힘을 토(土)로 표현했다. 에너지가 수렴해 가는 것을 금(金)으로 응축하는 것을 수(水)로 표현한 것이다. 오행(五行)의 움직임은 신비롭고 아름답다.


  결국, 다섯 가지 에너지의 움직임을 통하여 상반하는 성질의 두 가지 기운이 조화를 이루며 순환해 가는 것을 음양오행이라 말할 수 있다. 풀어서 설명하면 고개가 끄덕여질 법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음양오행이라는 단어가 촌스럽게 들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음양오행이라는 단어는 그나마 양호하게 여겨진다. 사주팔자라는 단어가 풍기는 이미지는 샤머니즘과 유사한 뉘앙스마저 가미되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마저 있다. 하지만 음양오행이 심오한 뜻을 내재하고 있는 용어임에 반하여 사주팔자는 달력이나 마찬가지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사주(四柱)와 팔자(八字)라는 단어에는 어떤 설명도 들어있지 않다. 그냥 여덟 개의 글자로 구성된 네 개의 기둥을 의미한다.


  '삼일절 노래'를 기억하는 세대가 얼마나 될까?

기미년 삼월 일일 정~~오~

터지자 밀물 같은 대한독립 만세~~~


 1919년 3월 1일, 3.1 운동이 있었다. 1919년은 기미(己未)년이다. 1919년은 己와 未라는 두 개의 글자로 되어 있다. 이때 3월은 병인(丙寅) 월이었으며 1일은 임자(壬子) 일이었고 12시 정오는 병오(丙午) 시였다. 서양식의 달력 체계가 전해지지 않았던 시절 옛사람들은 두 가지 글자로 조합된 60개의 기둥으로 날짜와 시간을 이야기했다.


  사주팔자는 세로 쓰기를 원칙으로 연월일시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써나간다. 위의 표처럼 왼쪽부터 기미라는 기둥과 병인이라는 기둥, 임자라는 기둥과 병오라는 기둥이 있다. 이 네 개의 기둥을 넉사(四) 기둥 주(柱)를 써서 사주라 일컫는다. 팔자는 기, 미, 병, 인, 임, 자, 병, 오와 같이 기둥을 구성하는 여덟 개 글자를 의미한다. 달력이나 마찬가지인 사주팔자라는 단어샤머니즘을 가미한 촌스러움이라는 이미지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 엄마 이름은 차순(且順)이다. 외할머니는 봉순, 태순, 필순 등 팔 남매를 낳으셨다. '또'를 의미하는 차(且)와 딸들 이름의 돌림자인 순(順). 엄마 이름 차순은 또 딸을 낳았다는 뜻으로 외할아버지께서 지으신 이름이다. 한 가지 충격적인 사실은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때까지 엄마 이름을 몰랐다는 것이다. 엄마는 자신의 이름을 '희정'이라 알려주었고, 이모들도 엄마를 '희정'이라 불렀다.


  엄마는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일 때 검정고시를 통해 고등학교 과정을 졸업했다. 그때 엄마의 수험표에서 '차순'이라는 이름을 보게 되었다. 엄마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엄마의 진짜 이름을 알려주었지만, 어린 나에겐 충격이었다. 엄마의 이름이 촌스러워서 놀랐던 것이 아니라, 이름을 굳이 바꿔 이야기할 정도로 엄마 자신의 이름이 싫었을까 하는 의문 때문에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검정고시 이후 엄마는 방송통신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는데, 엄마의 동기들은 모두들 엄마를 '차순씨'라 불렀다. 그즈음부터였다. 그냥, 엄마는 '차순'이라는 이름으로 그 누구보다 활기차고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다.


  학교를 제대로 진학하지 못했다는 상실감과 굳이 자신의 이름을 드러낼 필요가 없는 상황들에서 엄마는 조금이나마 세련되어 보이는 '희정'이라는 이름을 선호했었나 보다. 검정고시, 방송대 진학, 문화센터 등록, 자격증 취득 등 서서히 사회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엄마는 자신의 이름을 당당하게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엄마 이름은 '차순'이 어울린다.

  

  음양(陰陽), 오행(五行), 사주(四柱), 팔자(八字). 참 촌스럽게 들리는 단어들이다. 우리가 이런 단어들을 촌스럽게 여기는 이유는 명리를 비롯한 동양의 사상들이 상대적으로 음지의 영역에 놓여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들어 많은 사람들이 동양의 철학과 사상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 명리학 역시 예전에 비해 그 인식 자체가 개선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촌스러워 보이는 단어들이 서서히 사회로 나오기 시작하는 시기인 듯하다.


  '차순'이라는 이름이 엄마에게 딱 어울리는 것처럼, 명리학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날이 왔을 때 이 단어들은 그 의미를 당당하게 드러낼 것이다. 촌스럽게 들리거나 말거나 이 단어들이 내재하고 있는 심오한 지혜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공부하는 날이 오기를 바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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