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다. 나는 새벽을 좋아한다. 어렴풋 밝아오는 빛의 느린 확장이 나를 설레게 한다. 느리게 느리게 빛이 확장될 때마다 어둠은 천천히 사라져 간다. 지저귀는 새들이 하나 둘 소리를 보태어나가고, 어느 틈엔가 한줄기 빛이 창안으로 밀려든다.
우리나라 태극기의 가운데 놓인 원형은 상반된 두 기운인 음(陰)과 양(陽)이 다섯 가지 에너지의 움직임 즉 오행(五行)을 통하여 끊임없이 순환하고 있음을 설명하는 '태극(太極)'을 상징한다. 태극의 윗부분인 양과 아래 부분인 음의 크기는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때 유심히 봐야 하는 것은 양이 커지면 음이 작아지고, 음이 커지면 양이 작아진다는 것이다. 하루를 자정과 정오를 중심으로 나눈다고 가정했을 때, 자정을 지나 정오를 향해 시간이 진행되면서 어둠은 서서히 줄어들고 어둠이 줄어든 크기만큼 빛이 증가한다. 정오를 지나 자정을 향해 시간이 진행되면서는 빛이 서서히 줄어들게 되고 그 크기만큼 어둠이 찾아든다. 음과 양은 완벽하게 대립하지 않는다. 항상 함께 움직이며 그 총량은 언제나 일정하다.
이러한 음양의 움직임을 주관하는 것이 다섯 가지 에너지인 오행(五行)이다. 분출하는 에너지를 나무로 표현하여 목(木)이라 하고, 확산하는 에너지를 불로 표현하여 화(火)라 하며, 전환하는 에너지는 토(土), 수렴하는 에너지는 금(金), 응축하는 에너지는 수(水)라 일컫는다. 이 다섯 가지의 에너지는 서로의 기운을 도와주기도 하고 상반된 에너지끼리 반발 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서로의 기운을 도와주는 에너지 관계를 상생(相生), 반발 작용을 일으키는 에너지 간의 관계를 상극(相剋)이라 칭한다.
<오행의 상생상극도>
물은 나무를 키운다. 그것을 수생목(水生木)이라 한다. 나무는 불을 일으킨다. 그것을 목생화(木生火)라 한다. 불은 토양에 저장된다. 그것을 화생토(火生土)라 한다. 지열과 압력 등에 의하여 광물이 만들어진다. 그것을 토생금(土生金)이라 한다. 광물보다 더 아래로 내려가는 것은 물이다. 금생수(金生水)의 개념을 생각할 수 있다. 수생목, 목생화, 화생토, 토생금, 금생수를 오행의 상생이라 일컫는다.
나무의 뿌리는 토양을 뚫고 들어간다. 그것을 목극토(木剋土)라 한다. 흙은 물의 흐름을 막는다. 이를 토극수(土剋水)라 한다. 물은 불을 끈다. 수극화(水剋火)이다. 화는 광물을 녹인다. 화극금(火剋金)이다. 단단한 금은 나무를 자른다. 금극목(金剋木)이다. 목극토, 토극수, 수극화, 화극금, 금극목을 오행의 상극이라 일컫는다. <오행의 상생상극도>를 보면 목, 화, 토, 금, 수가 바로 다음에 놓인 오행은 생(生)하고 한 칸 건너뛴 오행은 극(剋)함을 알 수 있다.
<오행의 상생상극 연습>
명리를 공부함에 있어 오행의 상생상극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한 가지 오행을 중심을 해당 오행을 생하는 것과 해당 오행이 생하는 것, 해당 오행이 극하는 것과 해당 오행을 극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반복하여 자유롭게 연상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천간 10개 글자, 지지 12개 글자 역시 상생상극함을 알 수 있다.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갑(甲)과 을(乙)은 목(木)이다. 그러면 무엇으로부터 생(生) 받고 무엇을 생(生)하며, 무엇으로 부터 극(剋) 받고 무엇을 극(剋)하는지 생각해 보자. 甲, 乙은 목(木)이므로 수(水)인 천간 임(壬), 계(癸)와 지지 해(亥), 자(子)로부터 생(生)을 받는다. 화(火)인 천간의 병(丙), 정(丁)과 지지의 사(巳), 오(午)를 생(生)한다. 토(土)인 천간의 무(戊), 기(己)와 지지의 진(辰), 술(戌), 축(丑), 미(未)를 극(克)하고, 금(金)인 천간의 경(庚), 신(辛)과 지지의 신(申), 유(酉)에 의해 극(剋)을 받는다.
이 때, 음양이 다른 글자 간에는 유정(有情)하다는 표현을 쓰고, 음양이 같은 글자 간에는 무정(無情)하다는 표현을 쓴다. 음양이 다르면 유정하므로, 生을 더 잘해 주고 剋을 과도하게 하지 않는다. 음양이 같으면 무정하므로, 生을 적당히 해주고 剋은 과도하게 하는 것이다. 남녀 관계에서 이성에게 더 친절을 베풀거나 표현이 다정하게 나가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자. 동성 간에 더 거칠고 경쟁심리가 극에 달하는 것도 이러한 이해를 돕는 예라 할 수 있겠다.
오행의 상생상극에 대한 이해가 정립되었다면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 각각의 글자를 중심에 두고 상생상극 관계를 꾸준히 연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래와 같은 표를 이용하여 천간 글자와의 관계와 지지 글자와의 관계를 구분해서 상생상극 연습을 반복하길 추천한다.
하루가 하나의 태극을 형성한다. 단 하루도 예외 없이 아침이 밝아오고 어둠이 밀려드는 것이 반복된다. 일 년 역시 그러하다. 봄이 오고 여름이 되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된다. 어김없이 다시 봄은 찾아온다. 이 태극이라는 것을 무심히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생노병사하는 일이 하나의 태극과 다름 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기쁠 것도 두려울 것도 없는 것이다. 허무주의로 흘러가는 감정이 결코 아니다. 기쁠 때는 온 힘을 다해 기뻐하면 될 것이고, 두려울 때는 또 두려워하면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옳은 것이다.
태극의 개념을 좀 더 확장하여 나와 인연 맺은 관계들을 떠올려 보면 감사가 밀려든다. 그들과 내가 둘이 아닌 것이다. 내가 베풀면 그들이 가득 찰 것이고, 그들이 베풀면 내가 가득 찰 것이다. <태극> 안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음과 양이 완벽하게 대립하지 않는다는 것과 항상 함께 움직인다는 사실, 그 총량은 언제나 일정하다는 이해는 특정 시간과 공간 속에 위치하고 있는 '나'라는 존재가 평화와 감사 안에 놓여있음을 일깨워 준다.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 햇살이 창 안으로 길게 뻗어 든다. 발가락이 따뜻해진다. 압력밥솥이 시끄럽게 돌아간다. 고소한 밥 냄새가 집안에 가득하다. 큰 목소리로 아침을 알린다. 아이들 궁둥이를 찰싹 때려주며 얼른 일어나라고 재촉한다. 아이들은 이불속으로 더 깊숙이 파고든다. 이러고 나서 10분 후에 다시 깨워야 한다. 시끌 시끌. 목(木)의 기운이 들끓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