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운 Dec 02. 2023

39. 길이 있겠지

내가 할 수 있을까.

지금 나에게 오래된 동료가 하나 있다. 

무기력증과 만성 우울증.

10년이 지났는데 산후우울증이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 같다. 

산후우울증이라고 한 것도 의사가 명명한 명칭은 아니다. 남편이 말한 것이지.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지는 않았지만 맞는 것 같다.

드라마를 볼 시간이 없게 분주하고 아무것도 남지도 표가 나지도 않는 삶을 10년 살고 있지만

가끔 짧은 영상들을 찾아보고 있다. 알고리즘이 나에게 보내준 영상은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라는 드라마의 한 장면이었다.

극 중 박보영배우의 친구로 나오는 배우가 말했다.
"그럼 제가 뭘 어떻게 해야 돼요?"
그러자 정신병동 의사역의 배우가 말한다.
"뭘 해주려고 하지 마. 일단.. 밖에 나가라. 햇볕 쬐라. 같은 그런... 뻔한 위로도 하지 말고....."
(질문을 한 배우가 우울증에 빠진 간호사역의 박보영 배우를 도우려고 하지 말라고 하는 모든 짓을 한 장면이 보인다. 그리고 다시 의사분의 말이 이어진다.)
"우울증의 걸린 사람들은 현관에 나가 운동화를 신을 기운이 없어. 먹고 자고 씻고. 뭐.. 그런 기본적인 것들 까지도 하기 힘들고.. 숟가락을 들지 못하는 사람한테 숟가락을 들라고 하면.... 폭력이겠지..?


저 드라마 작가는 본인이 겪은 것일까? 어떻게 저렇게 잘 알까?

저런 의사 선생님이 진짜 있을까... 있겠지..

저렇게 도우려는 주변인이 있는 것이 있다는 저 간호사분은 참 행복한 분이시네.라고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웹툰을 보는 것이 나의 큰 힐링타임이었다. 이 드라마의 웹툰도 첫 에피소드까지 보았는데 그 이후는 먹고살기에 바빠서 소소한 힐링 타임을 가지지 못하게 되었다.


뭐 하나 제대로 한 것도 속 된 말로 돈도 벌지도 않고 그렇다고 이제는 정리도 딱 생활할 만큼만 하는 나는

뭐가 그리 분주하고 여유가 없었을까.

가만히 커피를 들이켜다가 12월 첫 주말이 좀 야속해서 남겨보는 나의 마음.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이젠 정말 이루어 나가 보자.

그래야 하는 이유가 나에게는 있으니까.


 

작가의 이전글 39. 오늘도 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