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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운 Jan 22. 2024

산후조리원

나의 몸은 나의 것이 아니었다.

여자로 태어나 임신과 출산이라는 지루한 이야기가 지겨울 수가 없는 건

아마도 남자가 군대 이야기를 지겨워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했다.

군대는 가보지 않았으나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늦은 나이에 여성의 신체 기능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임신 전에 읽은 많은 책과 영상, 강의에는

실제로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일어나는 크고 작은 힘듦과 당혹스러운 순간은 설명되어 있지 않았다.

너무나 적랄하고 적발해서 아마도 묘사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호르몬의 신비란 참 이로웠다.

극강의 고통을 아이에게 집중하면서 외면하게 해 주었고 실존하지 않았던 모성애와 책임감도 학습되게 하였다.




출산이 끝이 나자 입원실로 이동을 했다.

너무 신기한 것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극강의 두려움과 고통은 생살이 찢어지고 수습하는 동안의 고통 따위는 느껴지지 않을 만큼 무딘 느낌으로 다가오게 했다. 영화에서 보면 팔다리가 잘려나간 군사들이 독주에 의존한 채 생명을 유지하는 걸 볼 때마다 까무러치지 않고 숨을 연결하는 모습이 참 먹먹했는데 아마도 그들도 극한의 고통으로 감각이 무뎌지게 느껴질 만큼 정신이 온전치 않았을 것이리라 짐작해 본다.

출산 순간에는 지금 집중하지 않는다면 '둘 다 죽겠구나.' 그 생각으로 가득해서 두 가지를 뇌 속에 담을 수가 없었다.

헌데 그 생산의 순간이 끝이 나자, 내 몸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생명을 살리기 위한 기능을 시작시켰다.


여성에게 가슴이란 옷맵시와 자아 만족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으나 나는 출산 후에 깨달았다.

이 것은 한 생명의 밥통이라는 것을  말이다.

입원실에 올라가자마자 초유를 먹이기 위해 병원에서 빌린 유축기를 사용해 보았다.

"이게 이렇게 하는 건가.....?"

사용법도 제대로 숙지 못한 나였는데 기계를 보자마자 가슴이 저릿저릿하며 젖이 돌기 시작했다.

(어른들 말씀에 아기 울음소리만 들어도 젖이 돈다고 하였는데 조금의 허풍도 섞이지 않는 사실이라니..)


인체의 신비란 참 잔인했다. 사마귀가 교미 후 영양분 보충을 위해 수컷을 잡아먹는 것처럼 수컷은 그것을 알면서도 교미를 하고 후손을 잇는 것처럼 잔인한 생명의 연장이 인간도 해당된다는 것이 체감이 되지 않았었는데 별반 다를 것이 없는 동물의 세계였다.

아래쪽은 너덜너덜했고 온몸은 풍선처럼 부어올랐다.

힘을 쓰느라 부은 얼굴의 실핏줄은 다 터졌고 그 와중에도 머릿속에는 온통 아이의 생각뿐이었다.

아마도 호르몬의 영향이었으리라..

그 몰골로 초유를 짜서 중환자실로 내려갔다. 아이에게 주라고 초유를 전달했다.

당연히 주었을 것이라 생각해서 확인을 하지 않았으나 매번 초유를 전달하였다.

일주일 정도 나오는 면역체계를 높이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는 초유를 꼭 먹이고 싶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교과서처럼 아이를 키울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시절이었다.)


회복 3일 동안은 오로패드를 부지런히 갈아가며 좌욕을 했다.

너무 아파서 아프지 않았다.

어기적어기적 걸어가며 회복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왕절개를 한 분들은 이렇게 표현했다. 고통의 선불과 후불이라고. 자기들은 후불이라고.

어떤 방법이든 그 나름의 분만법에는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내 딸이 있다면 나는 제왕절개를 추천할 것이다.

다 고통스럽지만 자연분만은 회복이 경우의 수에  따라 너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만삭쯤이 되면 임신요실금이 오는 임산부들이 있다.

보통은 출산 후에 사라진다고 한다. 첫째 때 요실금이 생기지 않았던 산모더라도 둘 째때 이후 늘어나고 찢어진 고관절과 회음부 괄약근의 손상으로 요실금을 얻게 되고 차후 관리에 따라 회복의 유무와 회복 기간도 천차만별이다. 만삭까지 그 부분의 어려움을 몰랐기에 만삭 요실금으로 불편하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불편하겠다고만 생각했다.

나의 경우 조리원에 가서 그 일이 생기기 전까지

나의 허리 아래에 있는 근육들의 손상된 정도를 인지하지 못했다.

조리원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하고 재채기를 하는 순간, 왈칵하는 느낌의 아랫도리에 보는 사람도 없는데 소스라치게 놀라 "엇..!!!!!????" 하면 순간적으로 힘을 주었다. 아무리 힘을 주어도 줄줄줄줄줄줄 흐르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날의 충격은 이루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자존감이 짓밟힌 것도 아닌 것이 놀란 심장은 미친 듯이 빠르게 뛰었고 수치심과 함께 내 치부가 발가벗겨진 느낌?? 여태껏 먹고 자고 싸고 하는 것들이 컨트롤되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절망감인지 피부로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남자들의 발기 부전이나 조루가 왔을 때의 심정이 이와 같으려나...)

젖은 옷을 갈아입으면서 당황스러운 것이 이런 거구나 이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씁쓸하고 슬프고 서럽고 두렵고... 그 순간 울음이 터져 버렸다. 꺼이꺼이 통곡을 하며 울었다.


그 순간 인식하게 된 내 몸의 상태란....

걸음은 어기적거리고 하체의 모든 속근육은 다 끊어지고 훼손되어 계단을 오를 때마다 다리는 두 손으로 옮겨야 걸음을 진행할 수 있었다. 발끝하나도 나의 의지로는 근육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제야 거울 속의 내가 보였다.

머리는 빠지고 손가락 손목 발목 할 것 없이 시큰거렸다. 침대에 오를 때도 택시에 오를 때도 두 손으로 다리를 들로 옮겨야 했다. 도수치료도 소용이 없었다. 3주라는 산후기간은 그저 밥이 나오는 곳,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되는 곳, 나와서 아기를 안고 젖을 물릴 수 있을  정도까지의 회복 기간이었다.

조리원 천국은 누가 만든 말일까..?

내가 느끼기엔 최소한의 회복기간 동안 최대한의 회복을 하게 도와주는 곳 정도로 정의하겠다.

손가락이 종이에 베여도 일주일이 넘게 고생스럽고 아프다.

과연 2~3주의 회복 기간 후에 제대로 된 몸으로 육아를 시작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곳에서도 직수를 하는 산모들은 허리가 편할 날이 없다.

가슴은 매일 가득 차 올랐고 유축기 소리는 내가 짐승인지 사람인지 헷갈리게 했다.

산후 우울증이라 그랬던 것일까?

젖몸살은 가슴에 돌덩이를 이고 있는 듯했고 눈물을 흘리고 고통을 참으며 마사지를 받아야 했다.

이 몸은 아름답고 관능적인 여자의 모습이 아니라 짐승같이 잉태와 생산에 맞추어져 있었다.

아래위는 온전한 곳이 없으나 잘 먹고 잘 먹여야 했다.

 

아이가 나온 배는 들어갈 기미가 보이질 않았고 출산 시에 억지로 밀어서 늘어진 뱃가죽은 좌우비대칭의 불어 터진 입술 같은 형채로 바뀌어 나의 배가 된 지 10년이 흘러 왔다.

조리원에서 나와서 도수 치료도 바고 마사지도 받았다. PT도 일 년 넘게 받았다.

조리원에서 나온 나는 치료를 가기에도 시간이 모자랐고 겨우 가서 받고 와도 그 시간이 불안하기만 했다. 운동은 뼈 마디가 아파서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나의 상태는 만세 되지 않아 팔 운동을 위해 어깨를 풀고 근력 운동하고 다리운동을 위해 허리와 고관절을 풀어야지만 자세가 겨우 나와 운동을 할 수 있었다. 재활 운동 수준이라 살이 빠질 리 만무했고 육아를 끝내고 다녀와야 해서 일주일 2번 1시간도 겨우 다녀올 수 있었다. 다음날 육아를 해야 했기에 근육통이 올 정도로 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내 다리가 두 손의 도움 없이, 허리 아래에 근육으로 침대에 올릴 수 있을 때까지 2년이 걸렸다.

고관절은 아직도 아프고 요실금은 8년 정도까지도 몸이 아플 때면 조절이 되질 않았다. 돼지가 되어버린 나의 몸은 이제 내 몸이 되었고 작아서 쳐질 것도 없던 가슴은 13개월의 모유수유로 쳐져 있었다.

얼굴은 푸석푸석했고 머리카락은 십 년째 빠지고 산후조리가 안된 것이 노화와 만나니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아이교육으로 밖을 나왔을  때는 너무나 이쁜 엄마들이 많다.

(모든 여성들이 나와 같지는 않으니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사람마다 신체가 다르니 증상도 다를 것이고 연예인처럼 아가씨 때보다 더 세련되고 이쁜 사람도 많다.


관리. 관리가 엄청나게 중요하다.


근데 그 관리. 그 관리하는 시간은 철저히 엄마가 확보해야 하는 시간이다.

아이마다 기질이 다르고,  집마다 도움의 손길과 재정적 환경이 다르니 엄마의 산후조리의 완성도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아이 여럿을 낳고도 아가씨 때처럼 이쁜 엄마들도 굉장히 많다. 그들은 그만큼 부지런히 관리한다. 이쁜 옷도 입고 깨끗하게 씻고 미용식도 가고 네일도 받고 화장도 한다. 운동도 하고 필드도 나간다.

그러면서 아이도 이쁘고 똑똑하게 잘 키운다.


하지만 너무 온몸이 아팠던 나는 산후조리가 되지 않은 몸으로 회복을 세월에 맡겼다.

다이어트를 위해 달릴 수 있는 발목은 안 되지만 10년이 되니 드디어 운동을 해볼 만한 몸이 되었다.


나는 친한 지인들이 물어볼 때마다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야기한다.

계회임신 추천 1,2월 생으로.

조리원은 엄마중심 마사지 최대로

수유는 조리원 퇴소 후부터(혼합수유 적극권장)

제왕절개 권장

임신 전 근력운동으로 -5Kg 감량

출산 후는 3~6개월 이내 지속적으로 흉곽 줄이는 필라테스와 발레 핏 추천

몸매는 무조건 1년 이내 원하는 모습으로. 시간 확보하기!!

탈모샴푸는 미리 쓰기

시간 확보로 홈케어 하기


호르몬의 노예라서 잘 되지 않을 수 있지만 꼭 하루 3~4시간을 나의 시간으로 확보하길 바란다.

출산 후 1년의 기간.

그 기간은 긴 육아의 기간 동안 유일하게 남편, 부모, 보모에게 아이를 맡기고도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교육적으로 타격이 없는 기간이라는 것을 꼭 널리 널리  알리고 싶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 놓친 그 시절을 이 글을 보는 누군가는 잘 이용해서

1년의 투자로 앞으로 10년, 20년 이쁜 엄마 이쁜 아내의 모습으로 즐거운 육아를 시작하였으면 한다.


이 모든 것을 너무 늦게 깨달은 어느 여자는 오늘도 엄마로 성장하기 위해 과거를 수습하며 조금씩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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