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꼬물꼬물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 눈에 슬슬 귀에 솔솔 보이고 들리기 시작하는 것이 있다.
오감놀이 위주의 다양한 수업들이 있는 사교육의 입문이라고 불러야 할까?
바로 문화센터!!
다양한 수업이 학교처럼 한 곳에 있으니 인기 수업은 서둘러 신청을 해야 한다.
그곳에 있는 수업은 다양한 기관들이 프로그램을 이루고 있다.
게다가 백화점 문화센터는 일반 학원보다 가격이 2~3배 싸다.
시기는 다들 다르지만 같은 아기 엄마들도 교류도 하고 아기에게 알찬 시간도 제공해 주니 한두 개씩 듣게 된다. 조동(조리원 동기) 친구가 생기는 것처럼문화센터친구가생기기 시작한다.
나는 28개월까지 문화센터에 대한 니즈가 없었다.
집에서 직접 과일과 채소를 잘라 천연물감을 만들고 밀가루와 전분 가루를 풀어서 촉감놀이를 했다.
하루종일 에너지를 쏟고 치웠다.
아기가 자면 책을 읽고 영상을 찾아보고 강의를 듣고 자르고 만들고 새벽에 잠을 청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깨달은 것은 나는 아기를 낳아서 키울만한 넓은 마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상하는 몸을 인지하지 못하고 호르몬이 넘치는 시절이라서 그저 몸이 피곤하구나 생각했다.
다른 이들이 봤을 때는 내 몸하나 건사하지 못하는 아기엄마였다.
씻지도 먹지도 못하고 퉁퉁부어서 아기의 스케줄과 그저 아기에게 관련된 것들만 하고 몇 년이 지났다.
친구의 제안으로 노래와 오감놀이 신체 활동이 섞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영유아 센터 몇 곳을 알게 되었고 그중 집에서 가장 가까웠던 곳을 등록했다.
한 시간 수업인데 그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편해 보이지만 니트에 보풀하나 없이 깨끗하게 본인을 깔끔하게 하고 아기들도 이쁘게 입혀서 외출한 엄마들. 그제야 나의 모습이 보였다. 나의 얼굴도 행색도 내 아이의 모습도.
아이는 이쁘게 챙겨 나와도 나까지 챙길 시간이 나는 늘 부족했다.
일주일 내내 이모님이 계실 때인데도 틈틈이 책을 보고 교구를 치우느라 낮잠 잘 시간이 없었다.
육아는 장기 전인데 풀가동으로 나의 몸을 과대평가했고 결과적으로 나는 가장 중요한 몇 년을 아이를 도와주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나의 상대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 육아에 가장 큰 힘인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집에서 내가 종일 아이의 스케줄을 채울 때보다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다녀오니 나도 아이도 새로운 환경이 반가웠다. 잠깐 외출이었지만 동네만 뱅글뱅글 도는 것이 아니라 나도 기분 전환이 되었다.
함께 그 기관을 다닌 엄마로부터 집으로 오는 선생님을 알게 되었다. 30분의 여유라는데 그게 뭐가 큰 여유일까 생각했다. 궁금한 마음으로 불렀던 방문 선생님은 나에게 웃으며 뜨거운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이게 몇 년 만의 뜨아인가....
내 앞에서 아이가 꺄꺄 소리를 지르며 선생님과 신나게 웃으며 놀고 있고, 나는 그 아이를 보며 웃고 있고, 내 아이도 나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웃고 있고, 내 몸은 편안하게 앉아서 내가 딱 좋아하는 온도의 커피를 마시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일주일의 한번.
이 30분이 주는 만족감은 생각보다 컸다.
막상 나서려면 짐 싸는 것이 일이고 신경 쓰느라 들어오면 탈진인데 방문 선생님은 집에서 맞이해도 되니 너무 편안한 일이었다.
나는 그렇게 사교육에 눈을 떴다.
그렇게 휴식을 맛본 나는 일주의 한 번의 외출이 두 번이 되었고 방문까지.
일주일에 세 번은 어른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억지로라도 나를 씻어야 할 의무가 생겼다. 냄새나는 상태로 타인을 만날 수는 없는 일이기에.
그렇게 오고 가는 인연 속에서 만난 엄마들에게 문화센터를 전해 들었다.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아이에게 양질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알게 되었다.
수강신청처럼 수강신청일을 신경서서 등록을 하게 되었고 덕분에 다양한 엄마들을 경험하고 계절이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점점 클수록 "우리 애는 공부 안 해요.~"라고 말하며 "다 노는 것만 해요.~"라고 하는 엄마들이 있다.
아이 교육을 물어보며 훈수를 두는 엄마들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일 것이다.
아마 남편들은 모를 것이다.
줄넘기까지 자전거까지 인라인까지 다 사교육을 해야 하냐고.
개인적인 의견을 보태자면 사교육을 하지 않으면 집에서 그저 노는 것이 아니다.
저학년까지는 퀄리티 있게 매우 알차게 논다. 부모가 많이 부지런해야 한다는 것이다.
3월 1일이 오기 전에 유관순 위인전이나 독립운동에 대한 책이나 일제 강점기에 관한 책을 읽어주고 독립기념관으로 주말 나들이를 하는 수고를 부모가 기꺼이 하는 집이라면 굳이 사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못 해도 함께 관련 영화를 보고 영화의 각색 부분을 집어주며 시대상황을 설명할 정도 돼야 한다는 것이다. 줄넘기를 들고 아침저녁으로 함께 뛰어 주어야 하고 자전거를 붙들고 왼발 오른발을 외치며 밀어주어야 한다.
그걸 다 엄마 혼자 하는 집도 있다. 엄마표.
여태 보아 온 엄마표 교육을 하는 집은 전부 엄마의 큰 그림 속에서 온 가족이 따라주었다.
특히 아빠가. 가정을 우선순위로 움직이는 에너지와 의지가 있고 아빠 또한 엄마의 지휘로 움직였다.
아빠가 골프 가야 하고, 헬스도 가야 하고, 게임도 해야 하고, 친구도 만나야 하고, 선배도 만나야 하고, 회식도 해야 하고, 개인시간도 가져야 하는데 아이가 못하는 것이 많은 것도 싫다면, 방법은 사교육의 도움을 적절히 받는 것이다.
사교육이라는 것이 거창한 게 아니다. 부모가 안 가르고 남이 가르치면 사교육인 것이다.
그걸 누구는 많이 한다 누구는 안 한다. 비난하고 자랑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교육은 각 가정에 맞게 엄마 아빠가 해 줄 수 없는 것을 아이와 의논해서 선택하는 것이다.
"네가 도대체 뭘 해서 아픈 거니. 네가 밥을 하니 빨래를 하니. 아~ 라이드??? 학원 뺑뺑이 돌리고 커피나 사쳐먹고 너 그거 아동 학대야!!"라는 소리를 몇 년째 듣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엄마표와 사교육을 다 도전해 본 일인의 의견을 말해 보자면.
사교육은 매우 적절하게 필요하다.
어렸을 때는 엄마의 휴식을 위해 사교육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점점 자랄수록 선생님이 오시거나 학원을 가야 밥을 하고 빨래를 할 시간이 생겼고, 내 아이에게 부족한 것들을 공부해서 도와줄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그리고 아이에 성향에 따라 엄마표가 되지 않을 수가 있다. 가끔 가지는 엄마들의 커피 타임은 현재 학습 분위기를 느끼게 해 주고 내 아이의 상태를 객관화해서 볼 수 있게 했다. 나 스스로 더 공부하고 알아보고 학원을 선택하고 상담하고 내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곳인지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내가 나 스스로 중심이 있다면(이게 너무 중요하다.) 그런 커피 타임은 유익에 가깝다.
이상하고 개념 없고 얌체 같은 모난 엄마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다들 자식을 잘 키워내기 위해 초단위로 부지런히 사는 엄마들이 생각보다 많이 존재한다. 서로의 아이들이 다른 것을 알기에 내 자식 케어하기 바빠서 서로서로 도움주며 지내는 엄마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근데 이런 눈이 생기기까지 사회생활로 볼 수 없었던 엄마사회에 경력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아무리 친했던 친구 동료도 심지어 가족조차도 자식 앞에서는 나와 너무 다른 가치관과 태도를 가지고 있을 수 있기에 크고 작은 교류를 통해 나의 길을 가다 보면 나와 비슷한 교육관을 가진 동지들이 생기게 된다.
많이 배울 수 있는 엄마들 말이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 없는 것을 잘 구분해서 아이에게 딱 맞는 곳을 찾아 보내 놓고, 엄마는 엄마의 일을 하고 장을 보고 청소를 하고 밥을 한다. 물론 미용실도 가고 네일숍도가고 마사지도 간다. 매일 가는 것도 아닌데 그거 다녀와서 그날 저녁상이 화목하면 쓸만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못하고 오로지 가정에 올인하면 결국 현 70대의 삶처럼 자식한테 집착하고 남편이라는 그냥 살고 배우자 입원하면 간병인한테 맡겨 놓고 운동이나 다니게 되는 것이다.
육아는 사회생활과 다르다.
월급도 없고 승진도 없다.
휴가도 없고 보너스도 없다.
이직도 없고 퇴근도 없고 퇴사도 없다.
병가도 없다.
좋은 분들을 만나 시댁과 남편이 아이 기르느라 수고가 많은 것을 인정해 주고 혜택을 주면 더 힘이 나겠지만,
잘 자라면 남들도 다 키우는 애 키우는 것이고, 문제가 생기면 집에서 애 보고 놀면서 넌 제대로 하는 게 뭐가 있냐는 소리를 듣게 된다.
요즘 같은 시대에....
부디 이 글을 읽는 모든 부모들이 자신의 에너지를 잘 파악해서 사교육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영리한 삶을 살 길 바란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적절한 사교육은 엄마와 아빠 아이에게 큰 짐을 덜어주고 그 남은 시간을 더욱 화목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괜히 전문가가 있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아이를 키우다 보니 피부로 느끼고 있다. 전문가에게 맡기고 엄마는 엄마의 일에 집중하면 된다.
바로 가정을 보살피는 일.
내 몸이 여유가 있어야 행동도 더 빨라지고 일도 잘할 수 있다.
내가 나의 몸을 잘 컨트롤하는 것 엄마가 웃는 것이 가정을 보살피는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