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명상

모든 선택은 나였다.

by 몽운

졸졸졸졸 물소리와 청아하고 맑은 음률이 흘러나온다.

이른 아침 눈을 뜨고 조용히 가부좌를 튼다.

나에게 이런 시간이 와 준 것에 감사하며

머릿속을 비운다.


너무 잘하고 싶었다.

결혼생활도 육아도...

그래서 그저 열심히 했다.

무식하게.

방법을 모르니 가르쳐줘도 제대로 못하고

늘 자신감이 없어서 불안해했다.

결혼도 육아도 내가 여태껏 계획하고 실행했던 to do list의 목록으로

성공시켜 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모든 조언을 받아들이고

나 자신을 낮추고 또 낮추었다.

그리고 하루 실천하고 하루 실패하 고를 반복했다.

더 많은 방법이 필요했다.

책도 읽고 유튜브도 듣고 유료 강의도 듣고

그리고 기록한 것들을 다시 실천해 보고....

결혼과 육아는 단 하나도 나의 계획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프랜 B , 플랜 C 따위는 소용이 없었다.

나의 모든 계획은 실패였다.


그걸 인정하고 알아차리는데 10년이 넘게 걸렸다.

너무 열심히 부지런히 뼈에서 즙이 나온다는 느낌이 뭔지 알 정도로

나의 인생에서 그 어떤 때보다 양보하고 희생하고 인내했다.

엄마는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고갈된 나는 생각을 못 했다.

불평불만에 입만 열면 핑계를 찾는 열심히 했다고 합리화를 하는 나로 변해 있다는 사실이

억울하고 슬프고 불쾌했다.


헌데 나보고 그렇게 살라고 그렇게 하라고

그게 맞다고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내가 기준이었다.

내 기준에 열심히

내 기준에 이렇게

내 기준에 이게 맞아서

아이의 본성과 남편의 본성은 보지 않고

책에 나와있는 것이 답이라 생각하며

그것에 괴로워하며 잘못된 출발에서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앞으로 앞으로 달리고 있었다.


혼자 있는 이 시간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도

같은 시간에 잠들고 오히려 일찍 일어났다.

매일 아침 짧은 요가로 개운한 아침을 맞이했고

잘 자고 잘 먹으니 다른 걸 하지 않아도 살이 빠졌다. 부기가 빠진 느낌이랄까..

먹고 싶을 때 먹고 싸고 싶을 때 싸고

먹는 시간도 내가 먹고 싶을 때까지 여유를 가지고 꼭꼭 씹어 먹는다.

하늘도 보고 구름도 보고.

맥주 한 모금도 마시고 싶지도 생각이 나지도 않을 정도로 고요하고 좋다.

내가 읽고 싶었던 책을 읽고 눈치 볼 것 없이

멍도 때리고 나의 마음이 고요해졌다.


나는 왜 그토록 책임감에 억눌려서 먹는 것도 허겁지겁, 싸는 것도 참고 싸러 가서 빨리빨리,

자는 것도 이것까지 보고 이것만 체크하고 눈 떠서도 분주하게 왔다 갔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짓을 하며 나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었던 걸까...

그게 제대로 책임지기나 한 걸까?

울컥 눈물이 쏟아진다.

난 아무것도 책임지지도 잘한 것도 제대로 한 것도 능력을 키우지도 못했다.

그저 10년이 넘도록 아등바등 거리며 짜증에 찬 못난 인간이었다.


무엇보다 나는 나를 잃었다.

나의 반짝임을 잃었다.


이젠 진짜로 책임을 져야겠다.

나 하나를 믿고 이 험한 세상에서 자라나고 있는 나의 아이를.

한 가정의 구성원으로 자리하고 있는 아내의 자리도.

지혜롭게. 잘. 한 번 해 봐야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싸움의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