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중저음 목소리에 매력을 느낄까?

목소리가 리더십에 미치는 영향

by 말하는 즐거움

점심을 먹고 부서 회의가 있습니다.


오늘 회의에는 특별히 긴장될만한 내용은 없습니다. 게다가 점심 시간 직후라 이런 저런 소소한 이야기를 동료들과 나누는 중이었구요. 회의가 끝나면 해야할 일을 간단하게 정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회의 시작하겠습니다. 첫번째 안건부터 이야기할까요?”


팀장님의 한마디에 점심 식사 후의 나른함이 달아납니다.


회의실 분위기가 바뀌고 모두들 늘어져 있던 허리를 세우면서 업무 모드로 전환합니다.




팀장이라는 권위가 주는 무게감이 있습니다. 지시를 내리고 업무 방향을 알려주는 ‘상사’니까요. 그런데요. 직급을 떠나 점심 먹었냐는 사소한 말에도 집중하게 만드는 리더가 있습니다.


2012년도에 목소리 톤과 리더십에 관한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여러 남성과 여성의 목소리를 녹음한 뒤, 원본 목소리 톤(피치)을 높게 혹은 낮게 조작했습니다. 그리고 실험 참가자들에게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이 두 사람 중 누구에게 투표하시겠습니까?”

“누가 더 리더로서 유능해 보입니까?”


실험 참가들은 동일한 목소리임에도 불구하고, 남여 모두 낮은 피치의 목소리를 압도적으로 선택했습니다.


이는 성별에 관계없이 ‘낮은 목소리가 리더십 인식에 유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이었습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왜 사람들은 목소리만 듣고 이 사람이 리더일 것이라고 생각했을까요?

왜 중저음의 목소리를 ‘리더‘로 인식했을까요?




진화론적 관점


흔히 목소리는 ‘취향‘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저음에 매력을 느끼고 리더로 인식하는 것에는 ’인간의 생리적, 진화적 인식 구조’와 관계가 있습니다.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의 세계 전체를 생각해 봅시다. 동물은 인간처럼 말을 할 수 없지만 어흥, 야옹 등의 소리로 의사 전달을 합니다.


이 때 낮은 주파수의 소리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몸집이 크고, 힘이 센 개체라는 거죠. 예를 들어 코끼리 혹은 개가 위협을 할 때 내는 소리는 모두 크고 울림있 큰 ‘저음’입니다



인간의 뇌는 이 때부터 저음의 낮은 소리를 ‘생존 신호‘로 학습해 온 거죠. 한마디로 낮은 소리를 들으면 ’이 상대는 힘이 있다. 위험하거나 지배적이다‘라고 자동 해석하는 겁니다.


따라서 낮은 톤의 목소리를 가진 사람에게 ‘권위감, 결단력, 리더십’을 느끼는 건 일종의 ’진화적 반응’입니다.




인지적 관점


이번엔 좀 더 심리적인 관점에서 볼게요.


언제 긴장하시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사에게 보고하거나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있을 때 긴장합니다. 평소보다 심박수가 빨라지고 호흡도 급해지죠.목소리 톤은 높게 나오구요.


반면, 낮은 목소리 톤은 호흡이 깊고 느릴 때 나옵니다.


그래서 같은 말도 목소리 톤이 높으면 듣는 사람은 ’이 사람은 불안하거나 흥분한 상태‘리고 인식하고, 목소리 톤이 낮으면 ’이 사람은 침착하고 자신감 있다‘고 해석합니다.



한마디로 낮은 목소리는 여유있게 상황을 컨트롤 하는 리더로 인식하게 만드는 거죠. ‘통제력, 여유, 확신‘의 이미지와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겁니다.




사회, 문화적 관점


“리더는 000 모습이어야 해.”


이 빈 칸을 채울 떠오르는 리더의 이미지가 있나요?


미디어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큽니다. 무의식적으로 ’이럴 땐 이래야 해‘라는 인식을 갖게 만드는데요.


미디어, 뉴스, 영화, 연설에서 보여지는 ‘리더형 인물’을 떠올려 보세요.


그들은 대부분 중저음대의 음성으로 말합니다. 예를 들어, 대통령, 뉴스 앵커, 기업 CEO 등이 있겠죠.


미디어를 통해 ‘리더=중저음의 낮은 목소리’라는 ‘사회적 학습‘을 하게 됩니다.


언어학에서는 이것을 ‘음성적 권위 효과’라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사람들이 낮은 목소리 톤을 ’리더의 목소리’로 인식하는 이유는 중저음의 목소리가 ’안정, 권위, 확신을 상징하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목소리는 나의 의사를 표현하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내 목소리는 내가 듣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내 앞에 있는, 내 목소리를 듣고 있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거죠.


지금 내 목소리는 상대방에게 어떻게 들리고 있을까요?





**논문 출처


정치적 리더십과 목소리 (Klofstad 외, 2012)

논문 제목: Sounds like a winner: voice pitch influences perception of leadership capacity in both men and women

저자: Casey A. Klofstad (마이애미 대학), Rindy C. Anderson (듀크 대학), Susan Peters

학술지: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