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비둘기 by 김광섭

by mongchi

성북동 비둘기 by 김광섭

성북동 산에 새로 번지가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석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루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1일1시 #100lab

가슴에 금이 간 비둘기 이야기만 듣고

성북동은

막연히 측은한 동네로

내 기억 속에서

서른 살의 나이를 먹었었다


그러던 어느날

예쁜 길상사에 들렀다가

"여기 동네 이름 모야? 디게 부티난다"

"성복동"

"비둘기 슬픈 거기? 재개발 돌쪼갠? 거기라고????"

"원래 부촌이야 성복동"

"뭐? 비둘기 걘 머야 다 알면서 한쪽말만 해줘?"

(설명이 하나도 안들림)

성북동이 부촌이란 사실에

놀랜 내 가슴에도 금이 갔었다


그날 이후

이 시를 손으로 읽고 있는 지금도

비둘기맘도

부자들맘도

공감이 안간다

놀랬던 그날의

콩닥임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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