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조각
창작은 늘 고통이라 힘들어하면서도 결국 돌고 돌아 저는 또 무언가를 만들어 내요. 디자인도, 글도, 작사도.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저는 꼭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에요. 다른 사람들처럼 회사는 그저 돈벌이 수단에 불과하다면 참 좋을 것을, 자꾸 하고 싶은 일로 돈을 벌고 싶어 져요. 제 욕심이긴 한데, 어떡하죠. 하기 싫은 건 때려 죽어도 못하겠어요.
우선 하고 싶은 건 글쓰기. 글과 관련된 건 다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나름 검색도 해 보고, 하고 싶은 분야에 우선순위를 매기면서 찾아봤어요. 그러다가 선택한 작사. 사실 작사는 항상 순위에 있었어요. 전 모든 일을 직업으로 연결해서 생각했었는데, 작사는 너무 불확실한 거죠. 그러다 보니 순위가 점점 밀릴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잊혀 갔어요.
‘가사 그냥 노랫말에 맞춰 쓰면 되는 거 아닌가?’
처음엔 작사가가 되고 싶었어요. 근데 작사가가 되려면 작사를 할 줄 알아야 하잖아요. 사실 엄청 쉬울 줄 알았어요. 근데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이 쓴 가사를 프로듀서들이 어떻게 보겠어요? 그래서 학원에서 배워보자. 뭐든 답이 생기겠지! 하는 마음으로 작사 학원을 등록했답니다.
작사의 기본은 음절 따기예요. 그 노랫말에 알맞은 가사가 들어가려면 음절개수가 맞아야 하니까요. 근데 처음에 그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생각했죠. 작사를 너무 만만하게 봤다고. 제대로 망했다 싶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음절을 따고 가사를 적으면서 4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어요. 잘하는지는 모르겠어요. 아니, 못해요. 근데 그냥 해요. 하다 보면 늘지 않을까 싶어서요.
아직은 그냥 글 쓰는 게 저랑 잘 맞는 거 같아요. 내가 생각하는 걸 간추려서 표현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세상에는 예쁜 표현이 수두룩한데, 막상 가사로 적으려면 한 글자가 많거나 부족해요. 괜히 ‘너, 나, 그, 저’를 적으면서 빈칸을 채우거나 빼는데, 그럼 또 마음에 안들 수밖에 없거든요. 참 할수록 어려워요.
어쨌든 하고 싶었던 일이니까 배우는 게 재밌고 작사도 즐거워요. 콘셉트 잡고 쓰는 것도 신나고, 가상으로 선택한 아티스트들이 제가 쓴 가사로 직접 불러줄 것만 같고 말이에요. 근데, 이게 점점 취미로 굳혀지고 있는 게 문제예요. 사실 취미란 게 내가 하기 싫을 때까지 할 수 있잖아요. 근데 이놈의 작사는 데뷔를 못하면 그냥 학원 다니며 가사 몇 개 써 본 사람이 되어버리는 거예요. 돈은 돈대로 쓰고 말이죠.
그렇다고 진짜 작사가가 되기 위한 열정을 갖고 있는가? 하면 당당하게 아니요!라고 대답할 수 있어요. 하루, 이틀 전에 벼락치기로 가사 쓰고 휙- 던져버리는 제 꼬락서니에 매주 반성하지만 또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하거든요. 더 웃긴 건, 벼락치기로 쓴 거 치고 잘 썼다.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스킬만 늘었어요. 이렇게 맘대로 할 거면 왜 창작에 또 뛰어들었는지 스스로도 의문입니다.
아무튼, 이왕 시작한 거 끝은 보고 싶어요. 좋아하는 일이 맞긴 하거든요. 취미에서만 끝날지, 직업으로 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끝까지 해보려고 해요. 진짜 작사가가 되면, 이제 브런치 스토리에는 작가지망생이 아닌, ‘작사가’가 되겠죠? 언제나 상상하는 건 즐거우니까, 전 또 미래의 저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