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조각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그렇겠지만, 저는 책을 참 좋아해요. 선호하는 카테고리는 따로 없어요. 그냥 제목이 끌리면 읽고, 표지가 끌리면 읽고, 재밌다 그러면 읽고, 읽어보라면 읽어봅니다. 이것저것 골라 읽다 보면 저랑 맞는 책도 있는 반면에 첫 장부터 안 읽히는 책이 있어요. 그런 책은 사실 그냥 덮어 버려요. 그리고 몇 달에 한 번 몇 년에 한 번, 계속 시도를 해요. 그러다 잘 읽히는 날이 당첨되면 그날은 그 책만 붙잡고 있는 거예요.
몇 달 전에 천희란 작가님의 자동 피아노를 읽었는데요. 저는 그 책이 참 읽히지가 않더라고요. 첫 장부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지 모르겠는 거예요. 그렇게 한 2, 3년 정도 갖고만 있었어요. 근데 어느 순간 제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이번엔 진짜 읽는다. 하고 책을 펴서 읽는데, 어? 이게 꽤 재밌는 거예요. 철학적인 내용만 줄줄 써져 있는데, 마치 제가 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 갇힌 것 같았어요. 그게 너무 흥미진진하더라고요.
나도 힘든 시기를 겪은 적이 있어서 그런 걸까, 우울증을 글로 쓴다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참 답이 없는 거예요. 내 의지로 되는 것도 하나 없고요. 내가 존재하긴 하는지 말이죠.
제목이 자동 피아노인 것처럼 각 파트마다 피아노 연주곡이 정해져 있어요. 처음엔 그냥 읽었는데 뒷부분으로 갈수록 그 피아노 연주곡을 들으면서 읽게 되는 절 발견하게 되었답니다. 버스에서도 읽고 지하철에서도 읽고, 틈만 나면 자동 피아노를 잡고 읽어댔어요. 결론적으론 참 재밌게 잘 읽은 책이 되었죠.
살짝 고백을 좀 해 보자면, 사실 전 책 수집가나 마찬가지예요. 책을 사는 건 너무 좋은데 그중에 안 읽는 책도 많거든요. 매일 제 옆에 책을 끼고 지내고 싶은데, 전 책이 끌리는 시기가 있나 봐요. 어쩌겠어요. 그게 책을 읽는 제 방식이라는데요. 저를 이해하는 순간, 너무 돈만 쓰는 거 아닐까 싶은 저를 위로하게 되더라고요. 언젠간 다 읽을 테니 허투루 쓰는 돈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요.
최근엔 소설에 빠져서 소설책을 잔뜩 샀어요. 그중 하나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키를 위한 안내서라는 SF 소설인데요. 이게 두께가 어마어마해요. 그래서 엄두도 못 내고 있어요. 그래도 자신 있는 건 전 제가 산 책은 언젠간 다 읽기에, 저 두툼한 책도 제 머릿속으로 쏙 들어오는 때가 있겠죠.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늘 매년 다짐하는 거지만, 내년엔 올해보다 더 많은 책을 읽는 제 자신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작가님들이 재밌게 읽으셨던 책들도 소개해 주세요! 저도 함께 읽어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