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조각
20대 때는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살았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거침없었고, 다 해봐야 직성이 풀렸어요. 그중 하나는 타투였는데요. 그 당시 가수 박화요비 님이 레터링을 팔에 한 걸 보고, 저도 레터링이 너무너무 하고 싶었던 거죠. 어리기도 했고 요즘처럼 검색을 통해 정보를 얻는 시기는 아니었어요. 폴더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시기라 지금처럼 모두가 스마트폰을 쓰고 있지도 않았고요.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 물어, 동네에서 처음 타투를 하게 되었답니다. 이제 10년도 더 된 기억이라 고통도 기억 안 나요. 그냥 뭔 자신감으로 팔에 레터링을 새길 생각을 했는지, 과거로 간다면 제 자신에게 꿀밤을 때리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원래 타투는 의사면허증이 있는 사람만 합법으로 제한되어 있고 일반인들은 불법이에요. 타투는 디자인처럼 섬세한 도안 작업과 시술 능력이 필요로 하기에 천직처럼 활동하시는 분들이 많으시잖아요. 나라에서도 굳이 관리하지 않는 이유가 그것 때문 아닐까요? 타투를 새기는 것은 자유이고, 지울 수 없는 작품이기에 잘하는 사람에게 받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이잖아요. 하지만 단점은 불법이기에 누구나 할 수 있고 또 실력이 좋지 않은 사람도 할 수 있단 겁니다. 제가 그런 사람에게 걸려버린 거죠. 굳이 하나하나 따져가면서 얘기하자면 초보자에게 제 몸을 내어주고 연습할 기회를 줬다고 볼 수 있겠네요.
제 타투는 매우 두껍고 깊게 잉크가 들어가서 레터링이 깔끔하지 않고 번지듯 퍼져있어요. 그냥 냉정하게, 망친 타투입니다. 이 타투를 가지고 10년을 살았으니 지우기 또한 쉽지 않았어요. 잉크가 이미 제 몸에 자리를 잡은 상태라고 보면 될 거 같아요.
제가 이 타투를 지우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결혼식 때문이었어요. 특정 인물을 콕 찜해 놓고 마음을 먹은 건 아니고요. 그냥 나도 언젠간 재혼을 할 텐데 그때 결혼식을 올리면 내 타투가 흉이 되지 않을까 느꼈답니다. 요즘에는 타투의 시선이 옛날보다는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부정적인 인식이 많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물론 저도 그렇게 생각이 들기 때문에 타투를 지우려고 하는 거겠죠? 사실 그냥 남들에게 이 타투 하나 때문에 입에 오르락내리락하며 안주거리가 되기 싫었던 것도 있어요.
현재까지 총 6번의 시술을 했어요. 매번 갈 때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생각보다 색이 잘 빠지지 않는다며 늘 함께 걱정해 주세요. 생각해 보면 그렇게 말씀하시고 걱정할 정도면, 최종적으로 제대로 지워지지 않겠구나 하는 걱정도 듭니다. (문신은 원래 완벽하게 지워지지 않아요.) 국소마취까지 하고 시술을 하는데도 이를 악물게 하는 고통까지. 정말 제가 과거의 나를 혼내고 싶게 만든다니까요.
최소 10번은 해야 한다고 하는데 시술 텀도 점점 늘어나고, 시술 횟수가 아니라 총 시술 기간 자체가 1년으로는 터무니도 없어요. 물론 제 기준에서요. 그래도 이왕 지우기로 마음먹은 거, 꾸준히 잘 관리하면서 지워보려고 해요. 타투가 있다고 제가 당당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왠지 모를 주눅이 들기에. 저는 타투를 꼭 지우고 싶어요.
사람들은 타투를 할 때 잊고 싶지 않은 문구나 그림으로 많이 한다고 해요. 그럼 더 의미 있고 자랑하고 싶은 타투가 될 텐데, 저는 그걸 너무 늦게 알아 버렸네요.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이지요. 저는 더 이상 제 몸에 있는 타투가 쓸모없다고 느껴졌고 조금씩 헤어지고 있어요. 사람이 문구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볼 때마다 ’뭐였지?‘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걸 보면, 제 마음속에서 이미 타투는 희미해졌는지도 모르겠어요. 제 인생에 이제 새로운 타투를 새기는 일은 없을 테지만, 조금은 기억하려고 해요. ’내 팔에도 무언가가 새겨져 있었지‘하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