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조각
흔히 개구리 손이라고 말하는 마디가 두꺼운 손, 바로 제 손입니다. 예쁘지 않은 손이라 예전엔 네일은커녕 반지 끼는 것조차 싫어했어요.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나, 오히려 제 손 때문에 반지가 못나 보일까 봐 어렸을 때는 늘 맨 손으로 지냈던 것 같아요.
제 종교는 천주교예요. 천주교에서는 기도할 때 쓰는 묵주 반지, 팔찌 등 도구가 있는데요. 저희 엄마의 묵주 반지는 이중으로 만들어져, 안에 있는 반지가 돌아가는 형태로 기도할 때 아주 좋았답니다. 어릴 땐 기도고 뭐고 그냥 신기함 반, 멋짐 반으로 빼앗다시피 빌려서 엄지에 끼고 다니곤 했어요. 그때부터 반지의 매력에 좀 빠지게 된 것 같아요. 밉게 느껴졌던 굵은 마디는 반지가 빠지지 않게 버텨주는 것 같았고, 반지 낀 손가락이 더 얇아 보이는 효과까지 있었어요.
그 이후로 다양한 반지를 구매했고, 지금도 진행 중이에요. 저는 유독 노란 반지를 좋아하는 편인데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힘들 때 돈이 되니까. 그리고 제 손엔 금반지가 더 잘 어울리더라고요.
애도 있고 이혼 경험도 있지만, 커플링 경험은 없던 저는 몇 주 전에 난생처음으로 커플링을 맞췄어요. 처음 얘기를 나눴을 때 금이라는 큰 틀을 미리 잡아 놓고, 매장을 검색했어요. 더 합리적인 구매를 위해서요. 근데 막상 여기저기 알아보니, 반지마다 그람수도 다르고 디자인이 다 다른 거죠. 결국 디자인에 몰빵한 커플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가격이 착해서 합리적인 구매까지 완벽했어요. 커플링은 처음인데, 원래 그런 거겠죠?
요즘에는 매듭 반지에 빠져있어요. 매듭 반지는 실로 매듭을 지어서 만드는 뻔한 반지지만, 그 매력이 엄청나더라고요. 매듭 반지는 가족들과 산책하러 근처 호수공원에 갔다가 작은 마켓이 열려있길래, 엄마랑 사서 껴본 게 처음이었어요. 그 당시에는 설명이 조금 부족했지만, 제가 검색을 따로 해 보니 물에 닿아도 잘 늘어나지 않는 나일론실이나, 물에 살짝 젖긴 하지만 잘 마르는 폴리실로 제작을 하는 것 같아요. 또 다양한 디자인으로 제작이 가능하고, 실의 색상 또한 많기 때문에 골라서 구매하는 재미도 있답니다.
세상에는 너무 예쁜 반지가 많은 것 같아요. 왜 이제야 반지의 매력을 알게 되었는지 후회가 될 정도랍니다. 늘 남 눈치만 보느라 바빴던 저는, 생각보다 남은 나에게 관심이 없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항상 포기하고, 밀어냈던 어리석은 제가 생각이 나더라고요. 나는 하고 싶은 게 이렇게나 많은데, 남의 눈치를 봐서 뭐 하나 싶었어요. 전 계속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제가 끼고 싶은 대로 저 나름의 스타일을 뽐내고 싶어요. 앞으로도 더 많은 반지들을 만나겠죠? 그럼 전 또 제 손가락이 빛날 수 있게 끼워줄 거예요. 전 제 손가락을 좋아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