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조각
저에게 운동은 숨쉬기 운동이 전부였어요. PT도 받아 보고, 필라테스도 해 보고, 태권도도 해 보았지만 저에게 가장 잘 맞는 운동은 역시 누워서 숨쉬기예요. 올여름에는 난생처음 워터파크를 간다고 다이어트를 했어요. 간헐적 단식에 운동까지, 물론 숨쉬기 운동은 아니었고요. 저희 집 아파트 계단을 왔다 갔다 하는 계단 타기 운동이었답니다. 15층 정도 되는 아파트를 많게는 5번, 적게는 3번 정도 타요. 노래를 듣고 영상을 보거나, 친구들과 연락을 하면서 계단을 오르면 제 다리가 순식간에 꼭대기까지 데려다줍니다. 참 쉽죠?
계단 타기는 첫날이 가장 쉬워요. 마음을 먹었으니 어디든 올라갈 수 있을 것 같고, 숨이 턱 끝까지 차 올라 힘겹게 내 쉬는 숨소리 마저 제 자신이 뿌듯하거든요. 또 제 몸에 있는 땀구멍들이 모두 열심히 일하는 것도 볼 수 있고요. 그러다 보면 이왕 하는 김에 5번 꽉 채우자! 하며 제 자신의 등을 떠밀게 돼요. 그렇게 다음날이 되면 허벅지도 쑤시고, 엉덩이며 종아리며 근육을 많이 쓴 곳들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된답니다. 나에게 이런 근육이 있었어?라고 생각될 만큼 다양하게 아파요.
이런 고통스러운 운동이 좋은 이유는 바로 성취감 때문이에요. 끝이 정해져 있는 계단 타기는 꼭대기 층만 찍으면 느낄 수 있거든요. 그리고 흘리는 땀이 너무 정직하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예요. 땀이 나다 못해 옷으로, 바닥으로 뚝뚝 떨어져요. ‘나 진짜 운동하고 있구나’하는 뿌듯함을 안겨준답니다. ‘운동은 무조건 땀을 흘려야 한다.’는 것에 꽂혀있기 때문에 땀 또한 성취감을 느끼는 데 한 몫한다고 볼 수 있어요.
몸이 슬슬 겨울을 준비하고 있어요. 네, 추위를 덜 타기 위해 살이 찌고 있답니다. 근데 추위는 좀 느껴도 괜찮으니 건강을 위해 다시 계단을 타 보려고 해요. 요즘 기립성 저혈압 증상을 겪고 있기에 건강이 너무 걱정이 되는 거 있죠. 몇 달 전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도 기립성 저혈압은 하체가 튼튼해야 한다, 근력 운동을 하고 근육을 키워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이래나 저래나 저한테는 계단 타기 운동이 딱이라니까요.
계단을 타면서 생각을 비우고, 비운 자리에 또 새로운 생각을 담으려고 해요. 브런치에는 또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펼쳐볼까 고민도 하고요. 많은 생각들이 제 머릿속을 헤엄쳤으면 좋겠어요. 그 이야기들을 모아 글로 정리하는 게 너무 즐거워서요. 잘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많은 생각들을 담아 오는 겨울이 될 수 있게 이 몸이 좀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