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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진 Nov 01. 2024

참치

열한 번째 조각


어릴 때 모두가 잠든 시간, 까치발로 향한 부엌에서 김치찌개 속 돼지고기를 건져 드셔본 적 있으신가요? 저희 집은 엄마가 냄새에 굉장히 예민하셔서 김치찌개도 늘 참치를 넣어 만들어 주셨어요. 전 김치찌개는 원래 참치와 짝꿍인 줄 알았어요. 너무나도 당연하게 참치 김치찌개를 먹으면서 자란 거죠. 김치들 속에 숨어있는 참치를 한 덩어리씩 찾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았어요. 물론 참치와 돼지고기 중 무엇을 먹을래? 하면 당연히 돼지고기입니다.


저는 아직 부모님의 둥지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늘 따뜻한 엄마의 집밥을 먹고 있어요. 때문에 메뉴의 결정도 오롯이 엄마의 몫이랍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집에서 묵은지 참치쌈을 해 먹었어요. 이제 11월이 되면 김장을 하게 되는데 작년에 한 김치가 아직 좀 남아서 정리를 하셨나 봐요. 근데 다른 김치통은 괜찮은데, 유독 한 통에 담아있는 김치가 상태가 안 좋더라는 거예요. 그래서 다 버려야겠다고 김치를 건져 올리는데, 아래층에 있는 김치들은 또 괜찮았던 거죠. 괜찮은 녀석들만 따로 골라서 물로 씻어내니 맛있는 묵은지 쌈이 탄생했답니다. 거기다가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참치캔까지 따면 완벽한 한 상이 되는 거예요.


저는 참치캔의 고기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에요. 오리지널 참치, 야채 참치, 고추 참치까지 고루고루 다 좋아해요. 입맛 없을 땐 참치캔 하나 똑 따서 김에 싸 먹으면, 도망간 입맛도 어이쿠야 하고 돌아오는 맛이죠. 또 양배추 참치쌈도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요. 저는 위가 건강하지 않아서 소화가 안 되거나 체했을 때 위경련이 자주 오거든요. 위벽을 보호해 주는 양배추 덕분에 양배추 쌈은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음식이랍니다. 참치쌈은 쌈장이 필수인 게 좀 모순적이긴 하지만요.


통조림 제품이 사실 몸에 그렇게 좋지는 않아서 생각보다 자주 먹지는 못해요. 비싼 가격도 한몫하고요. 저한테는 작은 참치캔 하나가 참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요소 중 하나 같아요.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든 식탁에 올라올 때마다 어릴 때 저를 보는 것 마냥 반갑나 봅니다. 그런데 원래 참치캔에 들어가는 생선은 참치가 아니라 가다랑어래요. 그럼 전 참치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가다랑어를 좋아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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