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번째 조각
며칠 전 친구가 SNS으로 보내준 사진에 이런 말이 적혀 있었어요.
오늘은 뉴욕에서 바리스타 공부를 2년간 하고 돌아온 친구의 추어탕집 오픈하는 날.
그리고 인생은 그런 것이라고요.
요즘 친구가 참 힘들어했어요. 힘든 일이 많았나 봐요. 모든 걸 얘기할 순 없지만 같이 지내온 시간만큼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겠더라고요. 언제나 그랬듯 갑자기 보내온 SNS에 제 답장은 '인생은 진짜 어떻게 될지 모르나 봐. 그래서 더 살만한 건지도 몰라. 예상치 못한 소소한 행복이 인생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테니까." 였어요. 고민도 않고 쓴 말을 나중에서야 다시 보니, 친구가 힘든 인생 속에서 작은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길 바랐나 봐요.
인생은 롤러코스터와 같다는 말이 있어요. 그만큼 순탄하지 않고 오르락내리락하기 때문이겠죠. 예전에 인생 곡선을 그릴 기회가 있었는데요. 정말 인간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어요. 나쁜 기억은 더 선명해 한없이 밑으로 가라앉고, 좋은 기억은 그만큼 나쁜 기억과 대비가 되니 높이 올라가더라고요. 근데 너무 속상했던 게 한 가지 있었어요. 제인생에서 좋든 나쁘든 선명한 기억이 별로 없다는 거예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원하는 것을 이루고, 실패도 맛보고, 다시 이겨내고, 또 좌절하고 그런 과정이 생각보다 너무 흐릿했어요. 제가 너무 인생을 너무 놓고 살았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모든 게 제 인생이란 퍼즐의 조각들인데 언제부턴가 잊혀 가는 기억일 뿐이라는 게 괜히 마음이 불편했어요.
책을 읽다가 결정론이라는 이론을 알게 됐는데요. 이 결정론이란 것은 과거의 원인이 미래의 결과가 된다는, 즉 오늘의 삶은 과거의 제가 만든다는 거예요. 지금 제가 존재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이유에 과거의 성공과 실패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어떤 경험이든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그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는 게 제일 중요한 거죠.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앞으로 제가 건너가야 할 돌다리를 하나하나 다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친구도 지금 순간을 기억하고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스스로 찾아가는 해답을 돌다리 삼아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요. 그러다가 행복을 만나면 더 소중히 잘 간직하는 거예요. 오늘의 나도 결국엔 그 누구도 아닌 나니까요. 내 인생을 가장 소중히, 값지게 생각하는 것부터 인생을 잘 사는 길을 만드는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