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조각
“나는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같이 육아하는 그런 평범한 가정을 이루는 게 꿈이야. 내가 평범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그런 내 모습을 꿈꾸는 것 같아.”
며칠 전 친구와 나눈 대화에서의 제 말풍선이에요. 대화의 시작은 친구의 결혼 생활이었죠.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고, 말 그대로 현실이에요. 그러기에 연애 때보다 더 의견이 맞지 않을 수 있고, 다투는 횟수도 많아지겠죠. 제가 감히 그건 다 힘들다, 안 힘들다 얘기할 수 없는 건 사람마다 느끼는 힘듦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고, 친구의 이야기 또한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고작 들어주는 것밖에 없었어요. 근데 들으면서 생각해 보니 그것 또한 평범한 생활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평범하게 연애하다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고 아이가 커가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며 늙는 것들 말이에요.
제 말풍선을 들은 친구가 ‘난 내가 평범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나도 평범하게 살고 싶어.‘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때 알았어요. 평범함의 기준은 늘 다른 사람에게 있다는 것을 말이죠. 제가 생각하는 평범함은 늘 긍정적이고 예쁜 것 같아요. 물론 슬프고 힘들 때가 있겠지만 금방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요. 결혼 생활 또한 힘들지만 함께 하면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 가득한 건강한 관계랄까요? 제 생각은 그저 제가 바라는 평범함의 환상 같아요. 물론 환상을 현실로 이뤄내신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사실 평범한 건 생각보다 더 험하고 어려울지도 모르겠어요.
나이를 점점 먹어갈수록 내가 평범하게 살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될까 계속 세어보게 돼요. 나이에 민감하니 계속 숫자만 바라볼 수밖에요.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습니다. 나는 왜 평범하지 못할까 투정 부리는데 시간을 허비하기보단 내 인생은 원래 이렇다고 스스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쉽진 않지만 그리 어렵지도 않기에 언젠간 마음 편히 늙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