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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여름의수박 Sep 14. 2016

나는 농담이다.

[독서일기]

김중혁 작가의 책을 읽고나면 멍- 해지는 시간이 곧잘 찾아온다.주인공에 몰입해 읽다가 생각지도 못한 결말을 맞닥뜨리거나 깊숙히 훅- 감정선을 끊어놓을 때가 그렇다. 뒷이야기를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경우이다.

글 매듭에 따라 그 책을 한 번더 읽을지 결정하게 된다. 결론을 알고 책을 다시 읽으면 주인공에만 몰입했던 것과 달리 배경이나 여타 등장인물들이 입체적으로 읽힌다.

작가 의도인지는 중요치않는, 내멋대로 복선을 찾고 혼자 무릎을 탁! 치며 좋아한다. 


서론이 길었지만, 이글은 김중혁 작가의 신작 <나는 농담이다>(민음사)를 읽고 쓰는 독서일기이다. 앞서 말한것처럼 이 책 또한 두번 읽었다. 결말을 어떻게 지을까, 전혀 다른 두 세계를 어떻게 매듭지을까 싶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결말이었다.


우주비행사와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주인공인 책이라니. 어울릴것 같지않은 것들의 매칭을 탁월하게 하는 작가의 센스가 좋아 그의 책을 좋아한다. 유쾌하고 발칙한 상상과 삐딱하지 않고 어딘지 모르게 엇나간 시선의 집요함이 좋다.

설마 이야기가 되겠어? 싶은 소재의 발굴이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의 글말이 좋다. 엉뚱하지만 말이 되는 그의 엇박자가 좋다.


무중력 세계로 나아간 김중혁의 상상력

사랑과 농담이 도킹(docking)하는, 우주적 소설공간


형제는 우주와 지구에 각각 있다. 이복형제인 탓에 서로의 존재 자체도 까마득했던 형제는 엄마의 죽음을 계기로 한발짝 다가선다. 생전에 전달하지 못한 엄마의 편지를 전해주려 우주비행사가 된 형을 찾아나선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동생의 이야기다. 우주에서 실종상태인 형에게 엄마의 마지막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동생(과 지인)의 여정. 이라고 쓰고보니 별거없어 보이지만 스탠드업 코미디언의 직업적 특성을 고루 살린 탓에 유쾌하게 읽을 수 있다.


왜 하필 우주비행사이고, 고루하게 죽음이란 상황을 선택했을까 싶은 순간들이 있긴 하지만 어쩌면 가장 극단적인 순간에 할 수 있는 개인적인 이야기로 받아들이면 그럴수도 있겠다싶은 공감이 온다.


나라면, 내가 작가라면...

형의 마지막 음성이 있고, 엄마의 마지막 편지가 있다면 이것을 어떻게 매듭지을 수 있을까. 작가의 상상력 위해 더하고 싶은 상황들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복선이라 믿고싶은 어떤 장면들을 마지막에 끄집어 올 수 없는지 다시 책을 뒤적이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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