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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여름의수박 Mar 12. 2016

시작하기 좋은 달, 3월

일상의 잡다한 기록들


하나. 3월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것들이 생겼다. 시작하기 좋은 달이라, 이것저것 마음가는것들을 챙기다보니 주말이 바빠졌다. 좋다. 아직 낯선 제주에서 정 붙일 것들이 생긴 것이다.


도예를 배우기 시작했다. 예체능에 재능이 없어 어릴땐 그렇게 음악, 미술 그리고 체육시간이 싫었는데 성인이 되고보니 이것만큼 즐거운 것도 없다. 노래를 못부르지만 듣길 좋아하고, 몸으로 하는 건 죄다 꽝이지만 못하니 자꾸 시도하며 수영이든, 요가든, 걷기든 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예체능이 싫었던게 아니라 등수매김이 싫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못한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어린 날의 나.

곰손인 내가 도예를 배운다. 컵 하나라도 성공하면 좋겠다는 소박한 마음을 품고 수업에 갔다.  시작은 종기였거늘 어째 점점 넓어지더니 영낙없이 막걸리잔이 됐다. 삐뚤삐뚤, 성글게 만든 잔 5개에 꾹꾹 이름을 새겨넣었다. 두번째 수업엔 그래도 곧잘 따라했다. 영 어색하게 굴던 백점토가 마음을 내어준 탓인지 컵 만들기는 수월했다. 속시끄러운 잡생각없이 온전히 세 시간을 즐길수 있어 좋았다. 이래서 다들 도예를 하는구나. 다음시간엔 주전자 도오전!


둘, 의식적으로 걷기 시작했다. 집과 회사가 멀지않아 퇴근길엔 주로 걸어다닌다. 추운날엔 잔뜩 움크리고 걸었더니 집에 오면 너무 피곤했다. 단순히 걷는 행위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이왕이면 건강한 걸음을 걸어보면 좋겠다 싶었다. 툭툭 땅을 걷어차듯 걷던 걸음을 하나, 둘, 셋 의식하며 걸어보는 중.  평지에서도 자꾸 꼬꾸라지거나 발을 삐끗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터라 올바른 걷기를 실천해볼참이다.  날이 풀려야 실컷 올레길 걸으러 갈텐데, 올랑말랑 고민말고 냉큼 오거라 봄봄봄.


셋. 새로 생긴 책방에서 취향공유 재능강좌를 한다길래 냉큼 신청했다. 내 경험을 누군가와 나누고, 발생하는 수익금은 기부하는 건데 의미도 있고 재밌을 것 같아 도오전! 문화기획을 주제로 발표와 토론을 하기로 했다. 무대울렁증이 있어 염소 목소리가 툭- 튀어나오지 않을까 염려도 되지만. 잘 준비해서 4월에 짠짠짠.


넷. 봄이 오는 순간을 흘려보내지 말자고, 기록해둔다. 기어이 겨울은 갔고, 여전히 바람은 차지만 순하다. 미묘하게 변해가는 계절의 표정을 놓치지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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