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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주일장춘몽 May 19. 2022

<3> 고수에 도전!!!

   

나는 고수를 좋아한다. 언제 처음 고수를 접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20대 초반 태국으로 처음 갔던 해외여행에서였을까? 우리나라에 쌀국수 유행이 시작됐던 때였을까? 아무튼 태국 음식점이든 베트남 쌀 국숫집이든 고수를 먹을 기회만 되면 “고수 많이 주세요!”를 외친다.     


남편은 고수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고수가 좋다고 한다. 그동안 내가 혼자 다 먹던 고수를 나눠줘야 한다.      


그래서 고수 키우기에 도전했다. 자주 가는 산성시장 농약상(간판은 00 농약상인데 모종도 팔고 종자도 팔고 흙도 판다. 세 가지 다 샀는데 정작 주종목인 농약은 아직 안 사봤다.)에 고수를 구하러 갔다. 모종이 있었다. 모종을 사면 발아시킬 걱정 없고 금방 수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상추나 치커리, 부추 같이 흔하게 찾는 모종은 6개에 1천 원이다. 고수나 바질, 공심채 같이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모종은 2천 원씩 한다.

      

문제는 가격이 아니었다. 고수 모종이 너무 못났다. 웃자랐는지 키만 삐죽 커서 끝에 달린 잎사귀들이 잔뜩 엉켜 있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여성분 머리카락 같았다.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씨앗을 사 왔다. 그런데 이게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이었다.     


이번에는 씨앗을 심기 전에 공부를 좀 했다. 고수는 동그란 껍질 안에 두 개의 씨앗이 들어있다. 그런데 씨앗을 둘러싸고 있는 껍질이 여간 단단한 게 아니다. 씨앗을 심기 전에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물에 불리거나 껍질을 으깨서 심어야 한다는 정보를 얻었다. 껍질에 물리적인 힘을 가하는 건 씨앗이 상할까 봐 자신 없으니 물에 불려서 심기로 했다. 발아율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루꼴라에서 얻은 교훈으로 일단 12개의 씨앗으로 시작했다.     


 물에 불리는 고수 씨앗




2주가 지나도록 고수 열매는 그대로다. 기대하던 발아는커녕 껍질이 물러지지도 않았다. 마냥 기다리고만 있기 심심해서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씨앗 몇 개를 으깨서 흙에 파묻었다. 3주가 지나도 변화 없는 불린 씨앗도 버리는 셈 치고 흙 속으로 보냈다.

     

고수 심은 자리에 싹이 올라오기는 기다리는 사이 고수를 좋아하는 큰 조카에게 고수 씨앗의 반을 덜어 보내주었다. 직장 생활로 바쁜 조카에게 작은 기쁨이 되기를 바라면서.     


한참을 기다려도 심은 자리에 변화가 없기에 반은 포기하는 심정이었고 삐죽 나온 싹은 고수와 비스무리하지도 않았다. 잡초겠거니... 저걸 뽑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일단 며칠을 두고 봤다. 그런데 그것은 잡초가 아니었다. 정확하게 껍질을 으깨고 씨를 뿌린 자리에 하나 둘 잎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길고 가느다란 초록초록 잎.(루꼴라 첫인상은 ‘싹수가 노랗다’였다. 노랑노랑 잎.)     


초록초록 고수 싹



뾰족뾰족한 잎은 길쭉한 첫 잎이 나고 한참 만에 올라온다. 기특하게도 새끼손톱만 한 잎에서도 고수 특유의 향이 난다. 물을 줄 때마다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나는 은은한 고수 향이 아직은 아기스럽지만 그래서 더 기분 좋다.     


남은 씨앗을 모두 으깨고 남은 흙을 스티로폼 상자에 담아 고수 밭을 따로 하나 만들었다. 남편과 감질나는 고수 가지고 눈치게임 하기 싫어서.      


불려서 심은 씨앗은 여전히 감감무소식. 버린 셈 친다는 내 마음을 알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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