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일기예보에서 어제보다는 기온이 올라가겠지만 오늘 무더위는 없을 거라고 했다. 그래서 이른 점심을 먹고 밖으로 나갔다. 사진 찍으러.
매거진 <요즘 공주 어때>에 올릴 글을 써두고도 발행을 못하고 있다. 사진이 없어서. 나는 사진에 둔감하다. 그동안 SNS를 하지 않은 탓이리라. 많은 사람들이 좋은 것, 예쁜 것, 눈에 띄는 것을 보면 스마트폰부터 꺼내는데 나는 그래 본 적이 별로 없다. 매거진에 실리지 않은 12개의 글에 들어간 사진도 몇 년 동안 가뭄에 콩 나듯 찍어둔 사진을 구글 포토까지 탈탈 털어서 찾아낸 것들이다.
<베란다 실험실>이야 내 집 베란다에 있는 것들이니 필요할 때마다 촬영해서 올리면 된다. 그런데 공주 이곳저곳에 대해 끄적거리는 매거진을 시작하고 보니 늘 사진이 문제다. 제민천과 산성시장을 이야기하려고 하는데 그동안 그렇게 다닌 두 곳에 대한 변변한 사진 한 장이 없다. 그동안 재미있는 광경도 많았고 아름다운 풍경도 있었고 기억에 남을만한 장면도 분명 선명한데 그게 다 내 머릿속에만 있다. 그 순간을 보여줄 만한, 그 상황을 이해시킬만한, 그 이야기에 몰입시킬만한 인증숏이 없다.
오늘도 모자에 운동화까지 신고 작정하고 나갔는데 덥기는 왜 이리 덥고 햇살은 또 왜 이렇게 강한지. 빛이 너무 강해 도무지 사진이 제대로 나오지를 않는다. 뭘 찍어도 결막염 걸린 눈으로 보는 것처럼 뿌옇고 초점마저 흐릿하다. 오늘 찍은 사진은 다 실패, 완벽한 실패다.
좋은 사진을 얻으려면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 촬영해야 하는데 핑계 같지만 밥아줌마 본업에 충실하려니 그것도 쉽지는 않다. 밤 말고 낮에 비라도 와주면 사진 찍기 좋으련만 조만간 비다운 비 소식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