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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by 몽유

그녀는 어느 날엔가 마트 한 모퉁이 볕 좋은 구석진 곳에 덩그러니 손수레 하나 끌고 와 자리를 잡았다. 낡아서 찢어진 배낭에는 눈깔사탕 구멍 몇 개만 관심을 꺼라는 듯 나를 노려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아침이면 구석진 자신의 자리를 떠났다. 볕이 가장 좋을 시간에 한 무리의 아이들을 데리고 나타나 마트를 순례한다. 구석구석 순례길에서 그녀를 따르는 아이들은 피붙이라고는 없이 홀로 세상에 존재하는 별이다. 어느 누구에게 눈길 한 번 끌지 못했지만, 언제나 반짝이는 별이다.


그녀는 순례길이 끝나면 볕 좋은 자신의 자리에 웅크리고 앉아 파티를 한다. 파티에는 형형색색의 과자봉지 몇 개가 놓여있고, 삼각김밥을 든 아이들, 소시지를 먹는 아이들 그리고 생수병 몇 개가 전부이다.


나는 지난 며칠 동안 그녀의 순례길에 함께 걷고, 파티에서 함께 하고 싶었지만, 여전히 구경꾼일 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눈깔사탕 파수꾼들의 눈길을 뚫고서 꼬깃꼬깃 지폐 몇 장을 구멍 속에 집어넣는 것이 전부일 뿐이다. 그녀는 오늘도 아침 일찍 자신의 자리를 떠났다가 볕 좋을 시간이면 한 무리의 아이들을 이끌고 순례길에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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