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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유

핏발 선 두 눈으로 지새며 애써 나누어도

다시 뒤섞이고야 마는 어둠이다

그리하여 천지간 구분이 부질없는 혼돈이다

뒤돌아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너의 망설임과

작고 둥근 어깨너머로 희미한 너의 떨림이

보였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밤에는 깜깜하다는 말은 많은 경우에 맞지 않고

어둡거나 탁하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 아니다

어둠 속에서도 쉽게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은

밤마다 기억을 더듬고 다시 헤집어 놓는다

어디선가 별빛 하나 내려서 반짝이기라도 하면

그런 몹쓸 밤에라도 쉽게 잠들 수 있을 텐데


창밖이 점점 환해지더니 다시 어둑해지고

줄 지어선 그림자들이 차례대로 눕는다

뿌리부터 더듬고 매만지더니

천천히 옮겨가서는 끝내 자취를 감춘다

별빛 하나 내리지 않는 짙은 어둠 속에서

무엇을 찾아 저토록 곰살스런 손짓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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