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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은 화를 부르는 문이다

by 몽유

"입은 화를 부르는 문이고,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다.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처신하는 곳마다 몸이 편하다."

"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 閉口深藏舌 安身處處牢"

(구시화지문 설시참신도 폐구심장설 안신처처뢰)


전당서(全唐書)에 실려있는 글이다.

당나라 말기부터 오대십국 시대에 걸쳐서 재상을 지냈던 옛 중국의 정치가 풍도(馮道)의 설시(舌詩)라는 시다. 풍도가 시를 쓰면서 말했듯이 이 시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말조심을 해야 한다는 것을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되는 글이다. 그래서인지, 그렇게 처세를 잘해서인지 풍도는 중국 유일의 십조원로(열개 조정의 원로), 구제재상(아홉 황제의 재상)으로도 불린다.


명심보감에도 실려있다고 하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입은 화를 부르는 문이다"라고 하는 '구화지문'의 어구가 이 글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구시화지문'의 싯구 이외에도 말을 조심하고, 입을 함부로 놀려서는 안 된다는 경구는 여러 개가 있으며, 우리는 지금까지의 생을 살아오며 유사한 많은 어구를 들은 바 있다.

"화는 입으로부터 나오고, 병은 입으로부터 들어간다."라고 하는 경구도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아니 되며,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말라는 의미의 경구가 된다.


우리 속담에도 결이 엇비슷한 어구들이 몇 있다.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그것이다.

시기적절한 말 한마디가 큰 문제를 해결하거나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말이며, 말이란 많이 할수록 빈 말도 하게 되고, 불필요한 말을 덧붙이게 되는 것이니 말을 줄이라는 뜻을 가진 속담이기도 하다.

직설적으로는 말 한마디로 잘만 하면 천냥이나 되는 빚을 없앨 수 있는 금전적 이득을 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느 시골마을에 작은 성당이 있었다.

하루는 그 성당에서 잡일을 하는 아이가 큰 실수를 하여 주일미사에 쓰일 포도주 그릇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것을 본 신부는 다짜고짜 아이의 뺨을 거칠게 후려갈기며 모진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


"멍청한 녀석, 어서 썩 물러가라! 다시는 성당에 나오지 마!"


그런데, 이 소년이 훗날 장성하여 공산주의자가 되어 유고슬라비아에서 기독교를 탄압하니, 그가 바로 티토대통령이다." ㅡ 나무위키


일화에서 성직자인 신부는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모욕적인 말과 폭행으로 미래에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기독교인들까지 탄압을 받게 함으로써 큰 피해를 불러온 것이다.

반대의 의미로 그 아이를 좋은 말로 대했더라면, 훗날에 어쩌면 충분한 보상을 받았을지 그 누가 알 수 있을까.

설사 보상을 받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모진 탄압은 모면했을 수도 있으리라.


암튼, 이런 경우에는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과 대비해서 말을 잘 못 해서 손해를 본다는 의미로 쓰였으므로,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지게 한다 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어쨌거나 이 속담은 말이 단순한 소리의 집합체가 아니라 때로는 상상 이상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임을 보여주는 것이며, 일상 속에서의 말 한마디가 어떠한 결과를 일으킬 수 있는지, 타인에게는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항상 염두에 두고 이왕이면 따뜻하고 긍정적인 말을 쓰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해서 타인의 비난을 사며 살아갈 필요가 있을까. 아껴서 좋은 것이 여럿 있는데, 어쩌면 돈보다 더 아껴야 하는 것이 아무런 생각 없이 습관처럼 내뱉는 말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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