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군 사량면 돈지리 산 127
두미도를 거쳐 세차게 치고 오르던 바람이
함박산 산언저리에서 비렁을 타고
돌아 나간다는 수우도
그 작은 섬에는
지금은 가고 없는 그의 기억이
내 유년의 기억 몇 조각과 함께 묻어있다
해거름 녘이면 쫓겨 나오듯 뛰쳐나온 집에서
뭉기적 뭉기적 야트막한 산언덕에 올라
땅거미 내리는 시꺼먼 흙바닥
철이 들기도 전에 뱃일을 배워야 했던
하루하루 켜켜이 쌓여가던 원망과 설움의 바다
그 바다를 꼭 닮은 시꺼먼 흙바닥
발길에 차이던 동백 가지 하나 들고서
뭘 그리고 있었던 것일까
가난한 촌부의 칠 남매 중
나이 어린 누이 하나를 둔 막내아들
학교라고는 언감생심이었다는 그는
어쩌다가 삼천포로 나오는 뱃전에 몸을 맡겨
하얗게 빛이 나던 시꺼먼 교복에 책보따리 메고
학교 가던 꿈을 꾸었다는 그는
땅거미 내리던 그 시꺼먼 흙바닥에
무얼 그리고 있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