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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눈 날리던 날

어머니에 대한 기억 1

by 몽유


벚꽃눈 날리던 날​

- 어머니에 대한 기억1


오늘처럼

비바람에 벚꽃눈 날리던 날


하얀 박하사탕 공장이 있던 새미골

그 흙탕물을 뒤집어 쓰고

내 유년의 첫 쌈박질을 했다


하필이면

그 달짝한 냄새가 좋던

새미골 사탕공장 옆에서


그놈은 늘 그랬다

심심풀이로 애들 괴롭히는 놈

늘 있는 일이었는데

왜 그날만은 참질 못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비속에 뒹굴고

비바람을 뚫고 집에 들어섰는데

한 번도 이런 적 없는 꼴에도

어머니는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다


그래,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누런 흙탕물 범벅인 옷을 챙기며

혹시나 하고 얼굴을 살피시던 눈길

다행히,

생채기 하나 없이 멀쩡했던 얼굴


어머니는 끝내

아무 말씀도 없으셨다


비가 그치고

바람은 다시 일렁이고

하얗게 누운 벚꽃눈이

그날처럼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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