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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유 Apr 26. 2024

친구 1

안개 속에서 길을 잃다

몇 해가 지나도록

소식이라곤 없던 친구 놈이

남해 범섬 어딘가 갯방구 골창으로


낚싯대 하나 달랑 둘러메고

감성돔 한 마리 낚아볼 거라고 나섰던 날에도

이토록 짙은 안개가 스멀스멀 꼈더랬지.


가만히 서 있어도

안경알에 이슬이 맺히는 그 짙은 안갯속에서

어쩌다가 발을 헛디뎌서는 머리를 깨고

그 먼 길을 서둘러 떠나야 했었는지


무소식은 희소식이라고 했는데

년 만에 들려온 소식이란 게 이토록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거라는 어린 딸을 두고

어떻게 뒤돌아 설 수 있었을지

이토록 짙은 안개가

쉽사리 놓아주질 않았을 텐데


깜깜한 어둠 속

허여멀건 안개비까지

얼굴에 와닿는 그 어둠 속을

어떻게 그 길로 나설 수 있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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