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햇살처럼 내게 왔다
해 질 녘 서풍처럼 가버린
네가 없는 저녁은 쓸쓸하기만 했다
머릿속을 헤집고 기어이 어지럽히는 바람소리
너와 함께 손 잡았던 구석진 공원에서
서툰 헤어짐이 싫어 발길을 머뭇거리던 거리에서
잰걸음으로 너를 찾아 헤매는 내 기억이다
해는 내려앉았다
너의 기억만이 꾸역꾸역 밀려든다
가슴속을 채우는 상실이다
벌써 오래전 가슴 한 켠에서 지워버린 내 사랑
그것은 나에겐 절망이었다
바람이 창을 흔들고 깨운다
선잠에 놀란 토끼눈으로 내다본 거리엔
한 걸음 두 걸음 발길을 다 잡는 연인들
어쩐 일인지 종점을 향해가던 그날의 너와 나를 닮았다
그래 언제나 그랬다
못다 한 아쉬움에 머뭇거리고
다시 홀로 남겨져 찬이슬에 젖어들고
너는 그렇게 가버리고 나는 홀로 남겨지고
사랑을 알고 되풀이 한 습관적 이별
어찌할 수 없는 조각난 절망
네가 없는 저녁은 여전히 쓸쓸하고
핏빛 토끼눈으로 거리를 내다보는
내 기억은 이다지도 못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