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별
내 사랑은
시집 속 달콤함은 아녔어
책갈피에 눌린 초콜릿처럼
미지근하고 쓰디 쓴
한 장을 넘기면
물기 어린 눈빛, 젖은 입술
알싸한 그 입김에
매번 목이 마르곤 했지
시인은 그걸 사랑이라 불렀고
너는 애써 그걸 부인하려고만 했지
가여운 내 사랑
이별은 생각지 못했어
예상치 못한 이별은
미안함도 고마움도 건네지 못하고
다 하지 못한 사랑은 흐린 기억
무기력한 갈증으로 남았을 뿐
너는 쉽사리 잊어라 했지만
이별은,
잊어달라는 그 말이면 끝나는 게 아냐
불면의 밤을 병처럼 쌓아두고
쓰러진 잔마다
네 이름을 한 모금씩 마셔야
겨우 준비가 되는 그런 이별인 거지
스치듯 가슴을 찌르는 네 향기에
아련한 기억속 장면들이 하나둘 잊혀야
비로소 준비가 되는 그런 이별인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