툇마루에 앉아 수직으로 내리꽂는 비를 본다
새로 올리고 댓돌 한편에 가지런히 남겨진 검정 기와
능소화 늘어진 담장을 짓누르며 쏟아져 내리는 장대비
마당 군데군데 뚫을 듯 그려지는 흙빛의 동심원
그 모든 파장에 너의 기억이 웅크리고 앉았다
작은 떨림 하나하나가 너의 기억이다
너는 비속을 달려왔다
뭐가 그렇게도 바쁜 걸음을 재촉했는지
노란 우산 아래로 드러난 물기 머금은 머리카락
축축하게 젖어있던 눈동자
태우다 남은 보릿단으로 아궁이에 군불을 피우고
마른 장작 나뭇가지 꺾어 타닥 따닥 홍조를 띠면
그제야 아궁이 앞에서 불을 쬐던 너
그날 우린 끝내 아무런 말이 없었다
타닥 따닥 타닥 따닥
마당을 짓누르며 동심원 그리는 빗소리
마른 장작 나뭇가지 불타며 내는 소리
젖어있던 네 눈동자에 내 심장 뛰는 소리
분간 못할 소리들에 귀만 떨고 있었다
사진도움 @joon_fil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