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가 지나도록
소식이라곤 없던 친구 놈이
남해 범섬 어딘가 갯방구 골창으로
낚싯대 하나 달랑 둘러메고
감성돔 한 마리 낚아볼 거라고 나섰던 날에도
이토록 짙은 안개가 스멀스멀 꼈더랬지.
가만히 서 있어도
안경알에 이슬이 맺히는 그 짙은 안갯속에서
어쩌다가 발을 헛디뎌서는 머리를 깨고
그 먼 길을 서둘러 떠나야 했었는지
무소식은 희소식이라고 했는데
몇 년 만에 들려온 소식이란 게 이토록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거라는 어린 딸을 두고
어떻게 뒤돌아 설 수 있었을지
이토록 짙은 안개가
쉽사리 놓아주질 않았을 텐데
깜깜한 어둠 속
허여멀건 안개비까지
얼굴에 와닿는 그 어둠 속을
어떻게 그 길로 나설 수 있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