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투표소

by 몽유

어쩌다 이곳까지 굴러왔을까

눈을 뜨니 투표소 맨 뒷줄에 서 있다

누군가 태극기를 흔들고

누군가 촛불을 들었지만

대부분은 휴대폰 속 댓글만 훑는다


춤추는 사람 둘

변장한 구경꾼, 해시태그 유령

기울어진 건 내가 아니라

세상 전체였다


길게 줄 선

30%는 태극기를 들고

자기 뺨을 때린 손을 핥는다

뼈다귀 하나에 충성하고

밥그릇을 걷어찬 이에게

감사합니다, 절을 한다


강한 자들은 약한 척

연기의 달인이고

약한 자들은 그 연극에 손뼉 친다

뉴스를 가장한 연극단

사실을 해체하고

진실은 자막 아래에 묻힌다

그들의 카메라는

언제나 오른쪽만 찍는다


대선은 미션임파서블 7탄

내용은 복붙, 엔딩은 슬로우모션

포스터만 새 얼굴

각본은 구시대의 유물

법과 원칙을 외치는 자가

법과 원칙을 부수는 기묘한 쇼


이상한 나라의 투표소엔

계엄도, 개혁도, 생존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귀한 건

잊힌 기억이었다

깜깜한 어둠을 비춰준 촛불

그 새벽 눈 맞은 하얀 미소

남태령의 연대

딸들의 걸음, 소수자의 외침


그래서, 이번엔 제발

공을 잡고

다시 던지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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