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병든 방처럼 갑갑하다
창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바람이
나와 먼지와 그림자를 뒤섞어 놓았다
기침은 내 목구멍을 타고 오르는데
햇빛이 깜빡이더니
나무의 어깨 위에서 늘어졌다가
곧 사라진다
이 계절이 지나
돌아가야 할 길은 모두 낡아
발밑에서 바스러지고
낙엽은, 지나간 말들의 껍질처럼
흐린 발자국에도 울음을 묻는다
밤이 오면, 계절은 제 몸을 반으로 접어
겨울 속으로 스며들게다
그때까지 남은 것들은
손끝에 닿지 않는 이름과
불러도 돌아오지 않는 얼굴뿐
가을은 끝내,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는
온전히 살아남기 힘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