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寂寞)
단풍은 저녁마다 피를 토했다.
붉은 잎이 바람에 뒤틀릴 때마다
누군가의 마지막 숨소리가 들려왔다.
세상은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저 아름답다고 말했다.
그래서 더욱 잔인했다.
.
.
누구나 잠시 멈출 때가 있다.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다시 숨을 고르는 시간임을 잊지 말자.
나무도 바람에 흔들리며 뿌리를 내리고,
꽃도 고요한 기다림 속에서 피어난다.
그러니 지금의 흔들림도 결국 나를 자라게 할 것이다.
괜찮다.
오늘이 조금 느려도,
잠시 멈춰 서도 괜찮다.
세상은 늘 달리고 있지만,
나는 잠시 쉬어가도 된다.
햇살은 결코 서두름이 없고,
강물은 굽이돌며 바다로 간다.
나의 길도 그렇게, 천천히 빛을 찾아가면 된다.
지금의 나에게
“충분히 잘하고 있어.”
그 한마디를,
누군가가 아닌 내가 먼저 건네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