夜思(야사)
月影寒燈半壁深 (월영한등반벽심)
風聲細語過疏林 (풍성세어과소림)
舊書未盡愁中讀 (구서미진수중독)
心事無人共此心 (심사무인공차심)
달빛은 차가운 등불을 반쪽 벽에 비추고
바람의 속삭임은 드문 숲을 지나간다
다 읽지 못한 옛 책을 근심 속에 펼치니
이 마음을 함께할 사람은 아무도 없구나
나는 오래된 낡은 등잔불 아래 앉아 있었다. 은은한 빛을 뿌리던 불빛은 벽의 절반만을 비추고, 나머지 절반은 어둠이 차지했다. 세상은 이미 잠들었고, 남은 것은 시간의 미세한 숨결뿐이었다. 창문 틈으로는 느릿하게 스며드는 달빛이 책장 위에 흩날리는 먼지를 은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손끝으로 문장의 곡선을 따라가자, 오래전 누군가의 한숨이 되살아났다. 그 문장은 이미 수백 해를 건너온 것이었으나, 여전히 미완의 고백처럼 남아 있었다. 글 속에서 자신을 본다. 젊은 날의 열정, 허망한 이상, 그리고 끝내 붙잡지 못한 어떤 이름들.
“心事無人共此心”
그 구절을 천천히 되뇌었다. 마음의 일을 함께할 사람이 없다는 말. 그러나 그것은 고독의 선언이라기보다, 어쩌면 이해받지 못함의 체념에 가까웠다.
창밖의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었다. 그 소리는 마치 오래된 친구가 먼 곳에서 부르는 이름 같았다. 문득 등불을 끄고, 달빛만으로 책을 덮었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누군가와 함께 하지 못한 밤이, 가장 오래 남는다.”
그 밤 이후로 나는 더 이상 책을 덮지 않았다. 책은 나의 마음이었고, 다시 세상 속의 누군가에게 닿기를 기다리는 나의 의지이자 바람이었다.
‘야사(夜思)’는 끝내 한 사람의 독백으로 남았지만, 그 침묵은 동시대의 누군가에게, 다시 읽히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