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無名)
내가 떠날 때,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않기를 바란다
저 넓은 들판의
이름 모를 풀꽃처럼,
끝내 불리지 못한 언어로
조용히 사라지고 싶다
그 침묵 속에
모든 고백을 묻어두고 싶다
햇살이 내 그림자를 지워가듯
시간이 나를 덮어가면 좋겠다
남은 바람이 내 이름을 부르더라도
대답하지 않겠다
다만, 잎사귀 하나 떨어지는 소리로
한때 내가 있었다는 것만
아득히 전해지면 된다
읽고 씁니다